지난 10월 16일 수원 실내체육관. 제2회 국무총리배 세계아마바둑선수권대회가 끝나고 최종 성적이 발표되는 순간, 경기장 한쪽 구석에서 커다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베트남 대표로 출전한 레 마이주이(아마6단)가 66개 참가국 선수 가운데 당당히 7위를 차지한 것이다.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인 한국과 중국, 일본, 대만을 제외하면 네덜란드 루마니아에 이어 3번째로 좋은 성적이다. 더욱이 베트남에서 바둑이 본격적으로 두어지기 시작한 게 불과 10여년 전부터라는 걸 감안하면 실로 기적에 가까운 성과다.
현재 베트남의 바둑 인구는 수도 호치민시를 중심으로 남부 지방에 1,000명, 제2의 도시인 북쪽 하노이 부근에 500명 등 총 1,500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체스는 온 국민이 즐기는 게임이지만 바둑은 거의 황무지나 다름 없던 베트남에 바둑의 씨앗을 뿌린 이가 바로 한국인 김기영씨(국제어학원 대표)다.
김씨는 12년 전 사업차 베트남에 건너 갔다가 현지인들에게 바둑을 열성적으로 보급, 숱한 제자들을 길러냈다. 레 마이주이를 비롯 현재 베트남의 고수들은 거의 다 그의 제자들이다. 2년 전에 사업을 접고 귀국한 그는 이번에 제자를 응원하기 위해 단숨에 대회장으로 달려 왔다.
“지금 베트남 언론은 자기 나라 선수가 처음으로 러시아를 꺾고 상위 입상했다고 해서 난리가 났답니다. 이번에 선수단장으로 온 사람이 베트남 체육문화성 국장인데 그도 이번 대회 결과에 매우 고무돼서 앞으로 바둑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베트남에는 최근 한국 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어 이들의 지원 활동도 제법 활발한 편이다. 김기영씨의 지인 홍흥표 위더스트래블 사장이 정기적으로 바둑계를 돕고 있으며 한세실업(대표 김동녕)에서는 이번 대회에 출전할 베트남 대표 선발전을 열어주었다.
레 마이주이에게는 요즘 커다란 꿈이 하나 생겼다. 다름이 아니라 자신이 바로 ‘베트남의 조남철’이 되겠다는 것. 스스로 바둑 실력을 기르는 것은 물론 장차 베트남에도 바둑 학교를 세워 바둑 영재를 길러내고 이들을 한국으로 유학 보내 프로에 입문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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