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통신은 23일 중국이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 생산을 늘리면서 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주변 국가들이 타격을 받기 시작한 상황을 상세히 전했다.
홍콩 메릴린치의 아시아수석이코노미스트인 T 본드는 “중국이 노동집약적인 상품을 생산하고 고부가가치 제품을 수입한다는 등식은 오늘날 대략 맞지만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정부는 이런 예측이 이른 시일에 실현될 것임을 예고했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15일 공산당 17차 전국대표대회에서 국정운영의 중점을 혁신 국가의 건설, 산업구조의 고도화 등에 둘 것이라고 밝혔다.
외국 기술을 수입해 가공무역만 해서는 실질적인 국력을 키우지 못한다는 인식을 깔고 있다. 공산당이 앞장 서 과학기술과 경제부분의 혁신을 진행하고, 중국 기업들을 국제경쟁력을 갖춘 대기업그룹으로 키우겠다고 나선 것이다.
집권 2기를 맞은 후 주석은 이런 강국(强國) 정책과 함께 인민들의 실질적 소득을 높이고 생활안정을 꾀하는 부민(富民) 정책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후 주석은 공산당 지도자로서는 이례적으로 인민들의 실질 가처분 소득의 증대와 중산층(중등소득자)의 확대를 역설했다. 최저생계보장을 확대하고 의료보험의 전면적 실시도 약속했다.
인민들의 기본적 생활을 국가가 보장해줌으로써 인민의 실질적 부를 늘여주겠다는 취지이다. 중국 언론들은 향후 5년은 사회안전망이 구축되는 대 전환기가 될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개혁 개방 초기인 1982년 중국 공산당은 “가난은 사회주의가 아니다”고 선언하고 경제건설에 매진해왔다. 25년이 흐른 지금 후 주석은 “중화민족은 위대한 부흥의 밝은 전망을 맞이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가난을 벗고 위대한 강국부민(强國富民)의 길로 들어섰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공산당은 이번에 2020년까지 달성할 샤오캉 사회(小康社會ㆍ비교적 살만한 사회)의 청사진을 ‘2000년 GDP의 4배’라는 수치로 처음으로 제시했다.
현재 세계 경제 규모 4위(2조6,800억달러)로 1인당 GDP가 2,047달러인 중국이 2020년까지 3,500달러 수준으로 높여 현재의 일본 GDP 수준에 조금 못 미치는 경제 규모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정치적으로는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는 2021년 전에 중진국 진입을 완료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샤오캉 사회 건설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강국부민 정책을 필요로 한다. 변혁을 지향하는 지도자보다는 관리형 지도자가 적합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개혁 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鄧小平)은 생전에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 주석 등 실수가 적은 관리형 인사를 지도자로 정했다.
이번에 후 주석의 후계자로 떠오른 시진핑(習近平) 상하이(上海)시 서기도 타협을 선호하는 관리자로 평가된다. 이들은 소가 걸음을 걷듯 안정적으로 중국의 안정적인 성장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 中, 문과·50代·지방행정 경력자 '新 주류'로
22일 끝난 중국 공산당 17차 전국대표대회를 계기로 중국 정치에 새로운 조류가 밀려왔다.
중국 정계를 주름잡는 최고위층 인사들이 이공계 출신자에서 문과 고학력 출신자로 바뀌고, 중앙 당정 근무 경력자에서 지방행정(정치) 경력자가 더 크게 성장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특히 지도자들이 젊어지면서 1949년 사회주의 중국 건립이후 태어난 신세대(新生代)가 중국 정부의 주류로 본격 편입되기 시작했다.
신화통신은 23일 공산당 핵심 기구인 정치국 위원(25명) 중 유임자를 뺀 신규 승진자 10명의 학력을 분석한 결과 7명이 문과 출신이고 이중 4명은 박사, 1명은 석사라고 전했다.
문과 출신으로는 5세대 지도자로 부상한 시진핑(習近平ㆍ54ㆍ법학박사) 상하이(上海)시 서기, 리커창(李克江ㆍ52ㆍ경제학박사) 랴오닝성(遼寧)성 서기, 왕치산(王岐山ㆍ58) 베이징시장 등이다.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새로 진입한 3명 중 2명도 문과 출신이다.
그간 중국 최고지도부에는 이공대 출신자들이 95%이상을 차지해왔다.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등 정치국 상무위원 9명의 학력만 보더라도 시진핑서기와 리커창 서기를 제외한 60대 상무위원 7명 전원이 이공대 출신일 정도이다.
이런 현상은 중국이 건국 직후 구 소련의 학제와 문물을 직수입하면서 이공계 우대 학풍이 이어졌고, 문화혁명기에 상당수 문과대학들이 폐쇄되면서 파생됐다. 따라서 문과 출신의 등장은 중국 교육의 정상화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라 할 수 있다.
더욱 주목되는 점은 지방행정 경험이 최고 지도부로 들어가는 발판이 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신임 정치국원 10명 중 시진핑서기, 리커창서기, 왕치산서기, 리위안차오(李源潮ㆍ57) 장쑤(江蘇)성 서기 등 6명이 지방 정부의 수장을 지냈다.
이는 고위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지방 정부 운영을 통해 경험을 쌓고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지도자 육성을 위해 유능한 인재를 지방으로 보내는 정책도 크게 작용했다.
아울러 이번 당 대회를 통해 1949년 이후 출생한 시진핑서기와 리커창 서기, 왕양(汪洋) 충칭(重慶)시 서기 등이 처음으로 당 정치국에 진입한 것도 중국 정치에 특별한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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