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녀 항아(嫦娥ㆍ중국 발음 창어)가 어떻게 달나라에 살게 되었는지는 설이 엇갈린다. 남편 예가 곤륜산의 서왕모(西王母)에게서 얻어온 영약 2개를 몰래 혼자 먹고 천계로 올라가려다 천제의 미움을 사 달나라 궁궐에 갇혔다는 전설이 있다. 그렇다면 항아는 남편을 배신한 탐욕의 여인이다.
영약을 남편의 제자에게 빼앗기지 않으려고 먹었다가 선녀가 됐다는 설도 있다. 불가피한 사정으로 선녀가 됐지만 남편이 그리워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달에 머무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 신화 속 항아의 진실이 무엇인지 중국인들은 확인하고 싶은 모양이다. 중국은 오늘 시창(西昌) 위성발사센터에서 달 탐사선 창어 1호를 발사한다. 성공하면 창어공정이라고 명명한 야심찬 달 탐사계획 1단계의 결실이다. 2단계는 2012년까지 달 착륙이 목표. 3단계는 2017년까지 우주왕복선의 개발을 목표로 한다.
2020~2025년으로 잡고 있는 마지막 4단계에서는 유인 달 착륙선으로 중국인을 달에 보낸다는 계획이다. 창어 1호는 달 상공 200㎞ 궤도를 돌면서 달 표면의 3차원 영상과 달의 구성 물질 탐사, 지구와 탈 사이의 우주 환경 조사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 중국이 달 탐사에 매달리는 이유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국가위신 제고와 중화민족주의 부흥을 통한 내부 단결이라는 정치적 목적이 우선 크다.
엊그제 막을 내린 17전대에서 재편된 후진타오 국가주석 등 중국의 새 지도부가 발사 장면을 직접 참관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달 탐사 위성의 발사 성공으로 새 지도부의 지위를 확고히 하는 효과도 기대하는 것 같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군사 전략 차원의 의미도 크다.
우주개발 분야에서 미국의 독점을 견제하면서 우주기술 전용을 통한 군사력 혁명을 꾀하려는 것이다. 중국은 창어 1호를 순전히 자신들의 기술만으로 만들었다고 자랑하고 있다.
▦ 중국만이 아니다. 1960년대 이후 치열한 우주탐사 경쟁을 벌였던 미국과 러시아가 전열을 가다듬어 달과 화성 탐사에 나섰다. 일본과 인도도 신흥 우주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은 지난달 14일 달 탐사 위성 '가구야'를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가구야 계획은 미국의 아폴로 계획 이래 최대 프로젝트인 '셀레네 프로젝트'의 첫 단계다. 인도는 내년 4월에 달 탐사 위성 '찬드라얀 1호'를 발사할 계획이다. 황새들을 쫓아가기는 힘들겠지만 우리도 '옥토끼 계획'이라도 세워야 하지 않을까.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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