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경준씨가 스위스 은행 계좌 등에 300억원 상당의 비자금을 은닉한 의혹이 있다는 주장이 22일 제기됐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 최 성(대통합민주신당)의원은 이날 미 워싱턴에서 열린 주미대사관 국정감사에서 서면자료 및 질의를 통해 “김경준씨 사건 실체를 파악하고 있는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미 연방검찰은 스위스 은행 비밀계좌 등에 김씨와 에리카 김 등의 명의로 약 300억원의 불법 돈세탁자금이 은닉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이어 주미대사관 정상환 법무협력관에게 “김씨는 300억원이 자신의 재산이라고 주장하지만 미 정부는 이를 돈 세탁한 불법자금으로 보고 있다”면서 “스위스 은행의 계좌는 누구 이름으로 돼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최 의원은 문제의 은닉자금이 김씨가 아닌 제3 인물의 소유일 가능성도 제기했다.
정 법무협력관은“미 연방검찰이 김씨 재산에 대해 민사몰수를 추진한 것은 사실이지만 연방검찰이 증거로 제시한 한국의 재판기록 등에 대한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아 미 정부가 1심에서 패소했다”고 답변했다.
정 법무협력관은 최 의원의 추궁이 이어지자 “스위스 은행에 300억원이 예치돼 있다는 말은 사실과 다르며 민사몰수의 대상이 된 전체 돈이 300억원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스위스 은행에 은닉돼 있는 돈은 300억원 가운데 1,300만달러 상당”이라고 자신의 발언을 정정했다. 정 법무협력관은 자신의 답변이 김씨 명의 스위스 은행 계좌의 존재를 사실상 시인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자 국감이 끝난 뒤“내 답변의 핵심은 아는 바 없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최 의원은 미 연방법원이 김씨의 한국 송환을 승인한 것을 상기시키며 “미 국무부가 김씨의 송환을 대선 이후로 미루거나 송환을 거부하면 미 정부가 한국의 대선에 관여하려 한다는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정 법무협력관은 “미측에 사법공조를 요청한 한국 정부의 기본 입장은 미측이 김씨를 가능한 조속히 넘겨 줘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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