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상승하던 두바이 원유가격이 세자리 수에 들어선 2008년의 중국 베이징(北京).
주유소마다에는 예전에 없던 빨간색 혹은 노란색의 깃발이 내걸렸다. 기름을 확보하지 못해 차량에 주유를 할 수 없는 곳과 정부가 발급한 배급 허가증을 지닌 차량에만 주유를 해주는 곳을 구분하기 위한 표시이다.
자동차와 인파의 물결로 활력이 넘치던 2007년 베이징의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다. 치솟는 유가로 중국 정부가 베이징 시내의 차량에 쿼터제를 실시할 경우를 예상한 장면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23일 국제 유가가 세자리 수 시대를 맞게 될 경우 3차 세계 오일 쇼크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현재의 고유가 사태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 잡지 못하는 시장 논리에 의해 빚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갈등에 의해 촉발된 1, 2차 오일 쇼크와는 차원이 다르다.
미국 BP캐피털의 분 피켄스 최고 경영자(CEO)는 "10월 현재 원유 공급은 하루 8,500만 배럴에 불과한 데 비해 수요는 8,800만 배럴이어서 위급한 상황"이라면서 "원자력 건설을 둘러싼 이란과 미국의 갈등이 평화적으로 해결되더라도 오일 쇼크가 닥칠 가능성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3차 오일 쇼크의 시발점은 석유를 빨아들이는 '블랙홀' 중국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 급성장으로 원유 수요는 급격히 커지고 있지만 대체 에너지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아 오일 쇼크의 직격탄을 받을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미국 컨설팅 업체 오일 프라이스 인포메이션은 중국이 오일 쇼크→인플레이션→금리 인상→경기 침체의 국면을 이어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 발 오일 쇼크는 물가 상승과 실업률 상승을 동반하는 세계의 경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짙다.
두 차례의 오일 쇼크를 통해 대체 에너지 개발 등의 내성을 길러온 미국과 유럽연합(EU)회원국도 오일 쇼크의 충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국가의 기업들이 감내할 있는 유가 수준은 100달러로 분석되고 있다. 일부 분석가들은 미국 경제가 부진한 상황에서 중국 발 위기가 터진다면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은 기존의 4.8% 수준에서 2%대로 급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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