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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돈거래 '검은 띠'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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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돈거래 '검은 띠' 드러났다

입력
2007.10.24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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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계를 발칵 뒤집은 승부조작의 검은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대학생 아들을 태권도 선수로 둔 한 학부모가 23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승부조작에 가담한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내 아들을 유니버시아드 대표로 뽑아주겠다는 승부조작 제의에 4,000만원을 건넸다”고 양심선언을 했다.

승부조작을 제안한 사람은 지방의회 의장을 지낸 B모씨, 이를 도운 사람은 대한태권도협회 고위층 A씨라고 지목했다. 그는 “한번 뇌물을 건네면 끝까지 뒷거래를 종용하는 악순환을 끊고자 처벌을 감수하고 양심선언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승부조작 어떻게 거래됐나?

학부모가 밝힌 승부조작 과정은 이렇다. “자네 아들도 태극마크 한 번 달아야지?” A씨와 절친한 B씨는 지난 3월초 은밀한 거래를 제의했다. 머뭇거리는 학부모를 끈질기게 설득한 B씨가 챙긴 돈은 4,000만원. 자신의 수고비는 목적이 달성되면 따로 받기로 했다. 승부조작 대가는 5,000만원 이상인 셈이다.

B씨는 3월12일 경남 사천에서 1,000만원을 받아 A씨에게 전달했다. 승부조작에 가담할 심판을 배정해 준 대가였다. 3월16일에는 조장급 심판 6명에게 건넨다는 이유로 3,000만원을 더 받았다. 그러나 해당 학생이 우승하지 못하자 B씨는 4,000만원 가운데 2,700만원만 돌려줬다.

승부조작의 3대 주체

승부조작에는 브로커, 심판, 협회 집행부라는 3대 주체가 있다. 브로커가 ‘사냥감’을 물어오면 집행부의 협조 아래 승부조작을 기획한다. A씨가 승부조작에 나설 심판을 특정 경기에 배정하면 심판은 사전에 준비된 각본대로 편파판정을 내린다. 협회 집행부의 협조가 없다면 승부조작이 이뤄질 수 없는 구조다.

한 심판은 “A씨의 눈밖에 나면 다음 대회부터 심판 배정을 받지 못한다. 그래서 고위층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그의 고백에 따르면 승부조작은 일반부보다는 고등부에서 빈번하게 발생한다. 고교 선수가 금메달을 따면 대학에 진학할 수 있기 때문. 결국 승부조작은 입시부정으로 이어진다.

승부조작에 대한 반응은?

태권도계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용인대 류병관 교수는 “태권도는 스포츠이기 전에 무예다. 불의를 참지 않는 것도 태권도인이 할 일이다”며 철저한 진상조사를 외쳤다. 그러나 A씨는 자신은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불거진 승부조작설(본보 7월7일자 17면)에 휘말려 7월말 사표를 제출한 상태다.

태권도협회가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자 양심선언이 쏟아지고 있다. 다른 스포츠 종목에서도 종종 승부조작이 벌어지지만 자정운동에 의해 비리의 실체가 드러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김정길 대한태권도 협회장은 “검찰이 이미 승부조작과 입시부정 등 각종 비리를 수사하고 있다. 태권도가 모범이 돼 체육계 자정운동에 앞장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상준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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