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이란으로부터 미사일 공격의 결정적인 위협이 있을 때까지 유럽의 미사일방어(MD) 기지 가동을 연기할 수 있다고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이 23일 밝혔다.
게이츠 장관은 이날 체코 프라하에서 체코 국방장관과 회담한 뒤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폴란드와 체코의 MD 기지 가동을 이란의 미사일 실험 등 결정적 위협의 증거와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이츠 장관은 “이 제안을 전부 다 발전시킨 것은 아니지만 이 구상을 협상을 통해 완성하면서 방어기지도 건설해 나갈 것”이라며 “이란으로부터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하기 전까지 가동을 연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게이츠 장관의 발언은 동유럽 MD 기지 건설문제로 미국과 러시아가 극단적인 대립을 하는 와중에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게이츠 장관이 ‘이란의 결정적인 위협’을 MD 기지 건설의 조건으로 내세운 것은 러시아의 반발을 수용해 러시아와 동유럽 MD 프로그램 문제를 타협할 수 있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 정부 관리들에 따르면 게이츠 국방장관과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은 유럽의 MD 기지 가동을 이란의 위협이 실제한다는 증거와 연계하는 방안을 러시아측에 이미 비공식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러시아 외무부는 “이 같은 제안을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전달받으면 검토할 수 있다”는 긍정적 입장을 표명했다고 이타르 타스 통신은 보도했다.
이와 관련, 세르게이 라브르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3일 일본 도쿄(東京)에서 고무라 마사히코(高村正彦) 일본 외무성 장관과 회담을 갖고 “미국의 동유럽 MD 기지 건설계획은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한 잘못된 판단에 근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러시아는 미국이 체포와 폴란드에 건설하려고 하는 MD 기지는 이란 핵프로그램이 아닌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라고 강력 반대하며 미국과 대립해 왔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체코와 폴란드의 MD 기지 대신 구 소련 시절 건설된 아제르바이잔의 카발라 기지를 러시아와 미국이 공동사용하자고 한 제안을 미국 정부가 거부하면서 양국은 군비경쟁의 양상마저 보여왔다.
황유석 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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