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모(35)씨는 지난 주 펀드투자를 문의하러 증권사 객장을 찾았다 필리핀 펀드 투자를 권유 받고 귀가 솔깃했다.
투자금이 쏠리는 중국에 과열 징후가 짙으므로 풍부한 천연자원에다 에스트라다 정권 이후 정치적 불안이 줄어든 필리핀이 상대적으로 매력적이라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19일 마닐라 중심가에서 이슬람 세력의 소행으로 보이는 대규모 폭탄테러가 터졌다는 소식에 김씨는 다시 투자를 망설이게 됐다.
최근 해외펀드 붐을 타고 해외펀드의 투자지역이 지구촌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과 브릭스(BRICsㆍ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전통의 인기 투자처 외에도 동유럽 중앙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 상대적으로 ‘낯선’ 지역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풍부한 천연자원과 저개발 상태 등으로 무궁한 성장 가능성은 인정 받고 있지만 그만큼 위험이 크다는 불안 요소가 있다.
22일 자산운용 업계에 따르면 NH-CA자산운용은 8월 아프리카 중동 동유럽 등에 투자하는 ‘아프리카&중동&이머징유럽플러스주식’펀드를 출시한 데 이어 아시아 천연자원의 보고로 불리는 인도네시아에 집중 투자하는 ‘인도네시아포커스주식’펀드를 내놓았다.
JP모간 자산운용 코리아는 9월 중동과 아프리카가 고유가에 따른 오일머니 축적과 대규모 사회간접자본 투자 증가, 중산층 확대 등의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 진출 후 첫 상품으로 ‘JIM중동&아프리카주식’ 펀드를 선보였다.
18일에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지역에 투자하는 ‘JP모간JF아세안주식형’펀드도 출시했다. 이밖에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등 북유럽에 투자하는 ‘유리글로벌노르딕주식’펀드와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투자 대상인 ‘이베리아’펀드 등도 시장에 나왔다.
전문가들은 생소한 지역일수록 투자와 관련된 정보가 부족한 게 치명적인 약점이라며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한결같이 성장 가능성은 매우 크지만 중동지역은 정치ㆍ군사적 불안, 아프리카는 내전 및 종족 분쟁, 동남아시아는 부패와 치안 불안이 언제든 장미빛 전망을 잿빛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메리츠증권 박현철 펀드애널리스트는 “최근 해외펀드의 중국 쏠림 현상 속에 지역적 다변화 마케팅 차원의 펀드상품이 등장하고 있지만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면서 “가령 아프리카 펀드는 언뜻 자원부국에 투자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나마 자본시장이 안정된 남아공에 투자하는 게 대부분일 만큼 실제와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국내외에 골고루 투자하고 있는 사람이 추가 투자처를 찾는 경우가 아니라면 당분간 수익률을 지켜본 후 투자를 결정하는 게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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