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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고 싶고 되고 싶은 과학기술인] <5> 한양대 최정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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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고 싶고 되고 싶은 과학기술인] <5> 한양대 최정훈 교수

입력
2007.10.23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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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화학과 최정훈(51·과학교육연구센터장) 교수는 외국에만 나갔다 하면 보따리 짐을 들고 온다.

최고 180㎏이나 가지고 온 기록도 있다. 트렁크에 챙긴 보물은 과학관이나 과학교재·교구 판매처에서 눈에 든 과학교구들이다. 물론 국내에는 없는 것들이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재미있게 체험하면서 원리를 깨우칠 것인지 고민하는 최 교수에게 이런 교구들이 보물이다.

최근 각종 과학강연이나 전시회 등이 많지만 최 교수는 1990년대 중반부터 이러한 교육·체험·전시 프로그램들을 개발한 ‘원조’다. 대형 전시회나 <호기심천국> <스펀지> 같은 TV 프로그램에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게 없을 정도다.

최 교수의 실험실은 교구 제작실이다. 창고 두 곳에 가득 쌓인 1,000여종의 실험 시연장비, 4대의 이동화학차, 치밀하게 개발된 180여 시간의 강의교재가 최 교수의 ‘연구 성과물’이다.

여느 자연대 교수들과 다른 점은 그의 성과물에 대한 대중의 반응이 폭발적이라는 사실이다. 전국 초ㆍ중ㆍ고교의 명물이 된 한양대 이동화학차는 전국을 다니며 연 150회 강연극과 실험을 펼쳐보인다.

올해 초 이동화학차 방문 신청은 1,300건이나 몰렸다. 강남구 19개 동에서 열고 있는 생활과학교실도 신청 시작 2시간 전부터 줄이 늘어서 30분만에 접수가 끝나버린다.

“사범대 아닌 자연대 교수가 왜 이런 일을 하냐고요? 첨단 과학기술의 원리가 생활 속에서 어떻게 꽃피는지를 깨닫는 게 과학의 대중화입니다. 첨단 과학을 아는 과학자와 교육 전문가가 함께 해야 맞는 일이죠.”

최 교수는 한 때 과학논문인용색인(SCI)급 학술지에 한 해 7편의 논문을 발표, 교내에서 최우수 교수 5명 중 하나로 꼽혔던 유기합성 전문가다. 과학교육에 눈 뜨게 된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90년대 초에 집사람이 동네 아이들을 모아서 화학을 가르치다가 신나는 과학을 만드는 사람들(신과람)을 알게 됐죠. 97년에 한양대에 신과람 사무실을 내주면서 저도 함께 했죠. LG화학이 이동화학차를 기증하면서 콘텐츠 개발이 시작됐고, 2003년 본격적으로 과학교육연구센터를 설립했고….”

이렇게 과학교육 전문가로 변신한 최 교수는 더할 나위 없는 보람을 느낀다. “과학계 내에서 인정 받는 것도 좋죠. 하지만 TV 프로그램에서 소개했던 실험을 초등학생들이 따라하면서 신기해 하는 것을 보았을 때 그 희열은 대단합니다. 한 명의 화학자보다 훨씬 큰 영향력을 대중에게 행사하고, 우리 사회에 훨씬 큰 기여를 하는 길입니다.”

다만 어느 정도 축적된 값진 자산이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는 점이 안타까울 뿐이다. 창고에 쌓인 1,000여종의 장비를 빌려 쓰고 싶다거나 개발된 교재도 필요로 하는 교사들이 많건만 인력과 예산의 한계로 활용이 제한적이다.

최 교수는 “지금까지 주로 기업 후원으로 콘텐츠가 충실하게 축적돼 왔는데 이제는 이런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는 거점 역할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 최정훈 교수 약력

한양대 화학과(학사) 서강대 유기화학(석사) 한국과학기술원 광화학(박사)

1990년~현재 한양대 화학과 교수

2003년~현재 한양대 과학교육연구센터 센터장

2006년 한국공학한림원 해동상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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