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가 8월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파문 이후 또 다시 쇼크에 빠져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다우존스 지수가 하루 만에 사상 최대인 22.6%나 추락한 1987년 10월의 '블랙 먼데이' 20주년을 맞은 19일, 주가가 2.6% 이상 급락하고 그 파장이 주초에도 이어지고 있는 까닭이다.
금융 시스템과 기업 환경이 과거와는 크게 달라져 20년 전과 같은 공황이 초래되진 않겠지만, 세계경제의 크고 작은 불안요인들이 동시에 터져나오며 국내 금융시장도 뒤흔드는 상황인 만큼 비상한 경각심이 요구된다.
지난 주 뉴욕증시의 급락을 초래한 직접적 요인은 기업실적 악화였다. 서브프라임의 후폭풍 등에 따라 금융회사들의 분기 순이익이 감소세로 돌아서고, 믿었던 우량 대형주들의 실적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그 강도는 주택시장 침체의 장기화와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에 시달리던 투자자들의 심리를 얼어붙게 하기에 충분했다. 또 긴급자금 방출과 금리 인하 등 선진국 중앙은행의 서브프라임 처방의 한계도 여실히 드러냈다.
문제는 이 같은 악재들이 단기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신용 경색에 따른 주택시장 침체는 가속화하고, 고유가 추세 역시 중동정세 불안과 계절적 수급 불균형 등으로 지속될 전망이다.
여기에 달러 약세와 중국경제의 거품은 인플레이션 등 글로벌 리스크를 가중시키고 있다. 더구나 이 같은 상황 속에 열린 선진7개국(G7)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도 성과 없이 끝났다.
정부는 대외 변수에 따라 주가의 출렁임과 조정은 있어도 고유가를 제외하고는 우리 경제의 성장세에 큰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하지만 정부의 단기 전망에 동의한다고 해도, 세계경제의 둔화 조짐을 가볍게 봐선 안 된다.
벌써부터 중국경제의 성장력이 올림픽 후 약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고, 기업들은 '환율 800원대, 유가 100달러대'에 적응하는 전략에 고민하고 있다. 정권 말기라고 정책당국이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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