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 국제우주정거장(ISS). 한국식 잔치가 벌어진 이 날 세계 우주인들은 제각각 “쌀알이 딱딱하지 않고 금방 한 밥 같다”“씹는 배추 맛이 그대로다”며 한국 음식을 극찬한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 고산씨가 ISS에 탑승한 어느 날 이런 대화가 오갈 것 같다. 고씨는 우리나라가 개발한 우주식을 갖고 가 ‘한국 우주식 만찬’을 열 계획이다. 현재 러시아 항공우주청의 예비승인을 통과한 밥과 김치는 세계인 각국 사람들이 선호하는 음식이어서 큰 히트를 칠 전망이다.
우리나라가 개발중인 우주식은 생김치와 볶은 김치, 볶은 고추장, 라면, 밥, 된장국, 수정과 등 10개 품목이다. 핵심은 전통 발효식품인데 수많은 미생물을 모두 살균하면서 맛이 유지하는 기술이 관건이다.
원자력연은 2년 여 연구 끝에 김치 맛을 살리는 방사선 멸균법을 개발해냈다. 이주훈 박사는 “방사선을 쬐면 채소의 조직도 함께 파괴되지만 영하 70도에서 방사선을 쬐면 이를 해결할 수 있다”며 “배로 김치를 수송할 때도 이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식품연의 무균밥은 밥이 익은 뒤 포장공정에서 균을 완전 차단한 것으로 국내에선 일반화한 햇반 공법이다. 러시아 우주청이 처음 이를 보고 “왜 건조하지 않았느냐”고 놀랐지만 검사 결과 g당 미생물 수는 0마리(제한치 10마리/g)였다. 김성수 박사는 “건조 밥은 다시 물을 부어도 맛이 없지만 무균밥은 살짝 데우기만 해도 금방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의 우주식은 내년 1월 러시아의 최종 승인을 받으면 고씨와 함께 첫 우주나들이에 나선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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