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집권 2기(2007~2012년)를 시작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겸 총서기는 전임자들이 가지 않았던 험난한 길을 가야 한다.
1978년이 개혁 개방 이래 중국 지도자들은 오로지 경제 발전에 매진해왔다. 후 주석은 경제성장은 물론 사회분배를 함께 국정 목표로 처음 제시하고 있다.
후 주석의 통치 이념인 과학적 발전관은 성장 제일주의로서는 중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성장 제일주의로 파생된 도농간, 계층간, 지역간 빈부격차와 사회적 문제를 치유하지 않고서는 2020년까지 샤오캉 사회(小康社會ㆍ비교적 살만한 사회)를 건설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공산당의 정권유지도 어렵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따라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경제 분배의 정의가 필수라는 것이다.
21일 폐막한 공산당 17차 전국대표대회(전대)를 통해 과학적 발전관을 당의 지도이념을 격상시킨 후 주석은 향후 5년간 높은 추진력으로 자신의 구상을 실현에 옮길 것이다.
국정운영의 방향은 대략 내수경제의 강화, 의료 교육 분야의 사회안전망 건설, 지역간 균등 발전, 경제구조의 고도화와 첨단화 등으로 잡혀있다.
후 주석은 이를 위해 자신의 직계 인사들을 행정부인 국무원에 대거 배치, 예전과 다른 추진력을 선보일 것이다. 경제총괄 부총리에 기용될 리커창(李克强) 신임 정치국 상무위원 등 후 주석 직계 인사들은 상하이방(上海幇)이 장악해온 경제부서를 ‘접수’, 후 주석의 정책을 실행에 옮길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대외분야에서 정책 변화는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도전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우선 중국 상황에서 성장과 분배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란 쉽지 않다.
성장률이 1%만 떨어져도 수 백만 명의 실업자가 양산돼 사회불안을 야기할 것이기 때문에 어떠한 대내외 환경 속에서도 최소 8%이상의 성장을 지속하는 고성장 기조를 바꾸기 어렵다. 이 상황에서 사회적 재원을 사회안전망에 투입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정책의 묘가 필요하다.
후 주석의 노선에 대한 반발도 큰 짐이 되고 있다.
17전대에서 후 주석은 과학적 발전관보다 평등과 정의를 강조하는 조화사회건설 이념을 당헌에 삽입하려 했지만 상당한 반론에 부딪쳐 끝내 삽입하지 못했을 정도였다. 아직 동남부 연안 지방에서는 경제 성장 노선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비등해 이를 어떻게 무마할지도 주목된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 후진타오 '원 톱 체제' 굳혔다
22일 출범한 중국 최고 권력 기구, 공산당 정치국과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후진타오(胡錦濤)총서기 겸 국가주석에 예전 보다 많은 힘이 실리는 구도로 짜여졌다.
정치국 상무위원회 9명 중 후 주석과 대등하게 경쟁할 경쟁자들의 모습이 눈에 띄지 않는다. 21일 공산당 17차 전국대표대회를 통해 쩡칭훙(曾慶紅) 국가부주석이 물러난 후 유임된 우방궈(吳邦國) 전인대 상무위원장 등 상하이방(上海幇) 인사들이 후 주석과 힘을 겨루기에는 버거워 보인다. 상무위원 중 친(親) 후세력은 3명으로 소수이지만 원활한 국정운영은 문제 없어 보인다.
특히 25명의 정치국 위원 25명(상무위원 9명 포함)을 뜯어보면 왕양(汪洋) 충칭(重慶)시 서기 등 후주석 직계인사들이 대거 진입, 후 주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들은 당과 국무원을 장악, 정치국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상하이방과 태자당 인사들을 견제하는 선봉이 될 것이다.
후 주석의 장악력이 강화됐지만 이는 전임자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집권 당시 장악력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장 전 주석은 상하이방 일색으로 정치국을 구성했을 정도였다. 덩샤오핑(鄧小平) 사망이후 중국 정치에서 집단지도체제 성격과 파벌간 권력 분점의 추세가 강화될 것임을 시사한다.
가장 주목되면서도 미묘한 대목은 바로 후계 체제이다. 시진핑(習近平) 상하이(上海)시 서기가 권력 서열 6위로 발표되면서 당 서기처를 담당할 것으로 확정돼 내년 3월 국가부주석에 오르게 됐다. 후 주석이 권력 서열 5위로서 국가 부주석을 지내며 후계자수업을 받았다는 점에서 시 서기는 가장 유력한 후계자가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후 주석은 여운을 남겼다. 시진핑 서기보다는 부총리로 내정된 리커창(李克强) 랴오닝(遼寧)성 서기를 내심 선호하는 후 주석은 종전 국가부주석의 권력 서열을 5위에서 6위로 내렸다.
상무위원 유임자 5명을 서열 1~5위로 배치하고 시 서기에게 6위, 리커창 서기에 7위를 준 것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서열 5위와 국가부주석을 시 서기에게 한꺼번에 주지 않음으로써 아직은 불완전한 후계자임을 시사한 것이다.
향후 2012년 시 서기는 총서기에, 리 서기는 총리로 5세대를 이끌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후계자의 최종 윤곽은 두 명의 경쟁을 통해 드러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이다.
베이징=이영섭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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