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기억 속에 퇴락한 모습으로 남아 있던 옛 ‘영화의 거리’에 다시 영화의 바람이 분다. 25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제1회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CHIFFS)가 서울 중구 충무로 일대에서 열린다.
영화제의 주인공은 최신영화도, 떠들썩한 스타도 아닌 ‘고전’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영화들. 그러나 따분하고 머리 아픈 것과는 거리가 멀다. 기억의 저편, 충만한 기쁨 혹은 시린 아픔으로 각인된 그 시절의 ‘인기 영화’들이다. 소슬한 바람이 부는 가을밤, 추억 속으로 걷는 길이 충무로에 열린다.
#만남-‘사운드 오브 뮤직’과 ‘기쁜 우리 젊은 날’
충무로영화제는 월드프리미어(전세계 최초 상영) 작품을 몇 편이나 끌어오는지 경쟁을 벌이는 다른 영화제와는 출발부터 다르다. 영화제가 시선을 둔 것은 이른바 고전 영화. 개봉 열흘만 지나도 한물간 영화 취급하는 인스턴트 관객들에게, 고전 영화를 찾아 보는 것은 색다른 만남이 될 것이다.
‘공식 초청’ 부문에서는 최근 복원된 작품과 시대적 상황 때문에 제때 소개되지 못한 영화들이 선을 보인다. 어린 시절 명절특집 영화로 TV에서 봤던 <사운드 오브 뮤직> (1965년)을 극장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다. 30주기를 맞은 찰리 채플린의 <키드> (1921년) <모던 타임즈> (1936년) 등 대표작 필름도 준비됐다. 스탠리 큐브릭, 끌로드 베리 등 거장의 어제와 오늘을 살펴볼 수 있는 영화들도 상영된다. 모던> 키드> 사운드>
‘한국영화의 추억전 #7’ 부문은 1957년부터 1987년까지 제작 년도가 ‘7’로 끝나는 해의 작품들을 소개한다. 기록 및 역사적 의미, 당대 흥행성 등을 고려해 2007년의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작품들이 포함됐다. 배창호 감독의 <기쁜 우리 젊은 날> (1987년), 아직도 입가에 주제가가 맴도는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 (1977년) 등 아련한 추억으로 남은 작품들이 다시 스크린 위에 펼쳐진다. 태권동자> 기쁜>
#발견-무성영화의 매력과 아시아 뮤지컬 영화
켜켜이 먼지 쌓인 필름들 속에서 새로운 발견이 가능한 것이 충무로영화제의 매력. 영화제는 고전의 바다에서 영화의 뿌리를 찾고, 새로운 계통을 추려낸다. 영화사의 중요한 유산인 초기 무성영화를 소개하는 ‘무성영화의 향연’ 부문에서는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 <아크메드 왕자의 모험> (1926년), 볼셰키비 혁명 10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진 <10월>(1928년) 등의 ‘문화재급’ 영화들이 상영된다. 아크메드>
1회 충무로영화제가 선택한 ‘아시아 영화의 재발견’의 장르는 뮤지컬. 1930년대 일본 사무라이 뮤지컬을 시작으로 2000년대의 인도 발리우드까지 각국의 고유한 특색을 보여주는 아시아의 다양한 뮤지컬영화들을 초청했다. 50, 60년대 홍콩 최고의 뮤지컬 스타 그레이스 창을 만날 수 있는 <와일드 와일드 로즈> (1960년)부터 이명세 감독의 <남자는 괴로워> (1995년)까지 색다른 영화들이 관객을 기다린다. 남자는> 와일드>
#축제-충무로 거리의 흥과 멋
한국에서 열리는 영화제의 가장 큰 특징은 ‘흥겨움’. 충무로영화제도 관객들에게 ‘즐거움+공감+낭만’을 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영화제 기간, 남산골 한옥마을에서는 김창완, 나윤선, 동물원 등의 공연과 야외 상영이 함께 하는 ‘남산 공감共感’이 열린다. 저녁에는 색소폰 음률 속에 노천 카페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청계 낭만浪漫)’이 마련된다.
축제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는 28일 열리는 ‘충무로 난장亂場’. 충무로 거리 전체가 이날 하루 동안 영화를 테마로 한 놀이공원으로 변신한다. 크라잉넛, 노브레인, 부가킹즈 등의 공연과 왁자지껄한 볼거리들이 하루 종일 충무로를 뜨겁게 달군다. 티켓 예매 및 영화제의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www.chiffs.kr)에서 알 수 있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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