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역사학자이자 경영연구가였던 시릴 N. 파킨슨은 1955년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에 정부 등 주요 사회조직의 자기 증식성을 풍자적으로 분석한 흥미로운 이론을 발표했다. 이코노미스트>
자신이 근무한 해군성의 사례를 연구해 얻은 결과를 토대로 '파킨슨의 법칙(Parkinson's Law)'이라고 명명한 이 이론의 요지는 공무원 수는 업무량의 과다와 관계없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1914년 62척이던 영국의 주력 군함이 28년 20척으로 67%나 줄었으나, 해군성 공무원은 2,000명에서 3,569명으로 78%나 급증했다는 사실 등이 논거로 제시됐다.
▦ 발표 당시엔 흥미로운 사회생태학적 가설 정도로 인식되던 이 법칙은 이후 큰 정부의 비효율성을 논할 때마다 빠짐없이 등장한다. 공직사회엔 출세기회 확대와 조직 보호를 위해 부하를 늘리려는 경향이 있어 일의 유무나 경중과 관계없이 공무원 수가 매년 5~6%씩 증가한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밝혀낸 그의 통찰력은 지금 봐도 놀랍다.
그는 또'공무원은 서로를 위해 서로 일을 만든다''예산 심의에 필요한 비용은 예산 규모에 반비례한다''유능한 사람은 비즈니스맨이 되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공무원과 군인이 된다'는 말도 남겼다.
▦ 올해 국정감사에서"중앙정부를 비롯한 공공부문이 파킨슨의 법칙이 적용되는 전형적인 고도비만 상태에 빠졌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참여정부가 공무원 증원을 취직자리 늘리는 사회복지 개념에서 접근한다는 호통도 나왔다. 관련통계는 봇물을 이룬다.
중앙과 지방, 가릴 것 없이 공무원이 마구 늘어 100만명에 육박하고, 국가공무원 인건비만 4년여동안 10조원 가까이 확대됐다. 이 기간 인구증가율은 1.2% 수준이지만 공무원 증가율은 9%에 달한다. 이것도 몸집 불리기에 몰두하는 각 부처 요구의 3분의 1 정도만 들어준 결과란다.
▦ 공무원이 늘어나면 인건비나 규제총량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고 퇴직 후 자리보전을 위해 산하기관을 키우거나 신설하려는 욕구에 휩싸이게 된다.
센터니 재단이니 연구원이니, 하는 정체불명의 공공기관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것은 이 때문이다. 많은 경우 이들은 민간기업으로부터 출연을 받고, 보유자금을 투자하는 식으로 또 다른 먹이사슬을 형성한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이 나라에서 공공부문과 직ㆍ간접적으로 연결돼 먹고 사는 비율은 어림잡아도 전체의 20%를 넘을 것이다. 파킨슨이 무덤에서 깨어난다면 자신의 법칙을 100% 구현한 한국에 감사할 일이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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