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시간이 갈수록 불확실성과 딜레마에 빠져들고 있다.
유가나 달러 등 경제여건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혼미하고, 경제지표는 상황진단이 어려울 정도로 들쭉날쭉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금리인하 여부 등 정책방향 역시 예측불가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뉴욕증시를 비롯한 금융시장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지난 주에만 3% 이상 하락하며 1만3,000 대 중반으로 재차 가라앉은 다우존스지수의 흐름은 시장의 불안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경기침체 같은 악재 보다 불확실성이 더 나쁘다'는 시장의 통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급등하는 유가나 사상 최저 수준을 연일 갱신하고 있는 달러 가치의 흐름을 잡으려면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이 달말 열리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올려야 한다. 일단 금리를 올리면 달러 가치의 하락세를 조금이나마 잡을 수 있고, 달러 가치에 반비례해 급등하는 유가 흐름에도 제동을 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주말 발표된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0.3% 올라 5월 이래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타는 등 유가급등과 달러급락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만만찮음을 나타냈다.
반면 9월 신규주택 착공건수와 허가건수는 14년래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주택경기 침체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넘은 신규실업수당 신청건수 증가폭이나, 금융사와 달리 경기 버팀목이 돼줄 것으로 기대됐던 캐터필러 등 제조업체의 실적부진 등은 경기침체 우려를 고조시키며 오히려 금리인하 당위론을 강화하고 있다.
지표로 잇달아 확인되는 경기부진 가능성에 따라 선물시장에선 31일 FOMC에서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을 70%로 보고 있으며, 일부에선 0.5% 포인트의 대폭 인하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반면, 뉴욕타임스는 "CPI 상승 등 인플레이션 우려와 상대적으로 덜 나쁜 고용상황 등을 감안할 때, FRB의 금리동결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엇갈린 전망을 내놨다.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라는 상반된 정책대응을 요구하는 딜레마 상황 속에서 시장은 당분간 일촉즉발의 불안한 흐름을 이어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뉴욕=장인철특파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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