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이 ‘돌풍’ 잠재웠다.
2007년 삼성하우젠 K리그를 뜨겁게 달군 ‘시민구단’의 기세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두 명문팀에 의해 ‘진압’됐다.
창단 이후 처음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대전 시티즌과 경남FC는 각각 울산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의 벽을 넘지 못하고 4강 진출에 실패했다. 4강 플레이오프에 올라선 울산과 포항은 오는 28일 오후 3시 정규리그에서 더 좋은 성적(3위)을 거둔 울산의 홈구장에서 단판 승부를 벌인다.
김정남(64)-김호(63) 두 백전노장 사령탑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은 울산-대전전은 김정남 감독의 승리로 돌아갔다. 울산은 21일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6강 플레이오프 대전전에서 이상호와 박동혁의 연속골로 대전을 2-0으로 물리쳤다.
울산 김정남 감독은 기동력이 좋은 대전을 초반부터 철저하게 묶는 작전을 펼쳤다. 전반 33분까지 양팀은 단 한차례 슛조차 날리지 못했을 정도로 팽팽했다. 그러나 끈끈한 수비를 앞세운 울산은 전반 39분 이상호가 찬스를 놓치지 않고 헤딩슛을 성공시키며 승기를 잡았다.
반면 대전은 리그 막판 5연승의 신바람을 낸 공격 축구를 전혀 펼치지 못했다. 후반 24분 박동혁에게 쐐기골을 얻어 맞으면서 승부의 추는 울산으로 완전히 기울었다. 박동혁의 골을 어시스트한 우성용은 K리그 ‘40골-40도움 클럽’에 가입했다. 대전은 재기에 성공한 고종수를 중심으로 데닐손과 슈바가 공격 일선에 섰지만 국가대표 출신 유경렬을 중심으로 한 울산 수비벽을 뚫지 못했다.
한편 이날 심판 판정에 불만을 품은 대전 원정 서포터스는 경기장 안으로 이물질을 투척하는 등 볼썽사나운 행동으로 경기장을 찾은 축구팬들의 빈축을 샀다. 여기에 자제력을 잃고 물병을 관중석으로 집어 던진 울산 GK 김영광은 레드 카드를 받고 퇴장, 4강 플레이오프에 출전할 수 없게 됐다.
전날 열린 경남-포항전은 1-1 무승부 뒤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포항이 4-3으로 경남을 누르고 4강에 올랐다. 올시즌 득점왕 까보레는 동점골을 넣었으나 승부차기 실축으로 아쉽게 시즌을 마감해야 했다.
울산=김기범 기자 kiki@hk.co.kr
■ 양팀 감독의 말
김정남 울산 감독 "오장은·이상호 큰 몫"
대전이 최근 상당히 상승세였지만 우성용을 선봉으로 내세워 최선을 다한 경기를 펼쳤다. 오장은과 이상호는 올림픽대표팀 원정을 다녀와서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큰 몫을 해줬다. 우리의 최근 경기력이 좋기 때문에 포항전에서도 자신감을 보여주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김호 대전 감독 "경험·개인기서 뒤져"
역시 큰 경기 경험이 없고 개인능력이 떨어진 점이 패인이다. 조직력을 아무리 극대화해도 선수 개개인의 순간적 판단이 중요한데 이런 점에서 전술이 매끄럽게 발휘되지 못한 것 같다. 하지만 6강 플레이오프까지 와서 심판이 정확한 판정을 하지 못한 점은 축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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