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기적’이 재현될까.
보스턴 레드삭스는 지난 2004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뉴욕 양키스에 3연패를 당하며 벼랑 끝에 몰렸다. 그러나 이후 내리 4연승하는 저력을 발휘하며 월드시리즈에 올라 우승까지 거머쥐는 ‘가을의 전설’을 썼다. 3연패 뒤 4연승은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사상 전무한 대기록이었다. 올시즌도 보스턴은 3년 전과 비슷한 행보를 걷고 있다.
기적의 중심에는 언제나 벼랑 끝 승부를 즐기는 사나이 커트 실링(41·보스턴)이 있었다. 실링은 2004년 챔피언십시리즈에서 2승3패로 수세에 몰린 6차전 선발로 나섰다. 발목 부상으로 피가 새어 나오는 가운데서도 실링은 7이닝 1실점의 ‘핏빛 투혼’을 발휘하며 팀의 월드시리즈 진출 교두보를 마련했다.
이번에도 실링은 보스턴이 2승3패로 탈락 위기에 처한 가운데 21일(한국시간) 클리블랜드와의 챔피언십시리즈 6차전에 ‘운명의 키’를 쥐고 마운드에 올랐다. 실링은 지난 14일 2차전에서는 4와3분의2이닝 9피안타 5실점의 부진을 보였지만 다시 한번 ‘승부사 기질’을 발휘했다. 7이닝 6피안타 5탈삼진 2실점의 역투를 펼치며 팀의 12-2 대승을 이끈 것.
실링의 눈부신 피칭은 3년 전을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투구수는 90개(스트라이크 60개)에 그쳤고 4사구를 단 한 개도 내주지 않을 만큼 완벽한 컨트롤을 자랑했다. 이로써 실링은 역대 포스트시즌에서 10승2패 평균자책점 2.25라는 경이로운 성적을 이어가며 ‘가을 사나이’의 위용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또 이날 경기를 포함, 팀이 시리즈 탈락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5차례 마운드에 올라 통산 4승 무패(평균자책점 1.37)를 거뒀다. 소속 팀은 ‘구세주’ 실링이 등판한 5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따내며 벼랑 끝에서 벗어났다.
실링은 경기 후 “타선이 초반부터 폭발하며 힘을 불어 넣어줬다. 7차전을 치르게 돼 기쁘다. 스포츠에서 7차전 만큼이나 짜릿한 경기는 없다”며 승부사 다운 소감을 밝혔다. 역대 빅리그 포스트시즌 사상 1승3패로 몰린 팀이 다음 시리즈에 진출한 경우는 65번 중 10차례 있었고, 그 중 보스턴은 86년과 2004년 기적을 일궈냈다.
타선에서는 6번 J.D. 드루가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사상 6번째 그랜드슬램(1회말)을 날리는 등 5타수 3안타 5타점의 맹타로 공격을 이끌었다. 공교롭게도 3년 전 같은 날 자니 데이먼(현 뉴욕 양키스)은 양키스와의 7차전에서 만루 홈런을 쏘아 올리며 ‘기적’을 완성한 바 있다.
보스턴은 22일 7차전에 포스트시즌 2경기에서 1패 평균자책점 6.75로 고개를 떨군 ‘1억 달러의 사나이’ 우완 다이스케 마쓰자카를 선발로 내세우고, 클리블랜드는 3차전 승리투수인 우완 제이크 웨스트브룩을 예고했다.
김두용 기자 enjoysp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