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손 끝에 혼을 심어 우리 엔진부품을 세계로’
현대자동차 상용차 전문 생산기지인 전주공장의 엔진공장 전광판에 씌여진 문구이다. 본격적인 세계 시장 진출을 선언한 현대차 상용차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현대차는 최근 독자기술로 개발한 신형 상용 디젤엔진 발표회에 맞춰 언론에 전주공장을 공개했다. 현대차가 언론에 전주공장을 대대적으로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
공장 내부의 사진촬영을 허용한 것도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현대차 관계자의 전언이다. 1995년 전북 완주군 봉동읍 132만㎡ 부지에 세워진 현대차 전주공장은 연간 버스 1만7,400대, 트럭 10만7,600대 등 총 12만5000대의 상용차를 생산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상용차 공장이다.
전주공장의 첫 인상은 ‘깨끗하다’는 것이었다. 일반적인 상용차 제작 공장이라는 선입견을 날려 보낼 정도였다. 승용차 공장과 달리 상용차 공장은 차량 한 대를 생산하기까지 많은 수작업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어수선한 게 특징이다.
하지만 버스와 트럭을 생산하는 전주공장은 잘 정돈된 여느 승용차 공장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였다. 프레스, 차체, 섀시 공정으로 이뤄지는 트럭 공장에서 기자들을 인솔한 현대차 관계자는 다른 상용차 공장과의 차이점을 설명하는데 거침이 없었다.
총 120개의 품목을 분당 6.5~7개의 속도로 찍어내는 프레스 공정, 80여개의 로봇이 쉴 틈 없이 용접작업을 하는 차체 공정 등의 자동화는 승용차 공장과 별 차이가 없었다.
세계 넘버원이라는 도요타와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 수준이었다. 현대차는 특히 섀시라인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보였다. 승용차 생산라인처럼 컨베이어 시스템을 통해 중ㆍ대형 트럭의 몸체가 서서히 이동하며 조립되는 방식이었다.
“전세계적으로 트럭 섀시라인에 컨베이어 시스템을 적용한 공장은 드물다”고 이곳 관계자의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작업자들의 몸에 부담이 안되도록 설계됐다”며 얼마 전 일본 상용차 업체 관계자들이 공장을 방문해 컨베이어 시스템을 보고 놀랐다는 말도 덧붙였다.
트럭공장을 빠져 나와 찾은 버스공장도 비슷했다. 버스는 커다란 구조물 안에 여러 부품을 장착해야 하고,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를 맞춰야 하는 작업 특성상 트럭보다 많은 수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 곳은 주야 2교대 근무가 실시되는 전주공장 내 유일한 작업장으로, 현대차는 올해 4월16일 이 같은 근무제 도입으로 차량 한 대를 생산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기존 20일에서 10일로 줄였다.
이어 새롭게 개발한 상용 디젤엔진 공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9월 1일부터 가동된 이 공장은 내부 전체가 흰색 등 밝은 색으로 꾸며져 ‘기름으로 얼룩진 곳’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깨뜨렸다.
“부품의 청정도가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게 현대차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실린더, 실린더 블록, 크랭크샤프트 가공과 조립으로 이어지는 매 공정마다 세척작업과 정밀검사를 실시하는 방식으로 청정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루에 70대 가량의 신형 엔진을 생산하는 이 공장은 이러한 작업장내 청결 때문인지 지난 50일간 600대의 엔진을 제작했으나 현재까지 ‘불량률 제로’를 기록하고 있다. 자동화율이 95%에 달하는 이 공장의 설비 국산화율이 85%에 달하는 것도 특징이었다.
현대차 전주공장의 공장장인 김영국 전무는 “작업환경, 청결에 있어서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다”며 “상용차 디젤 엔진 라인을 모두 독자 개발한 만큼 세계 시장에서 메르세데스 벤츠 등의 선두업체와 본격적인 경쟁을 벌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전주=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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