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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의의 미디어 비평] 검증도 쟁점도 없는 언론의 대선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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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의의 미디어 비평] 검증도 쟁점도 없는 언론의 대선 보도

입력
2007.10.2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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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올해의 대선 정국에서 언론은 반벙어리다. 대통령 후보자들에 대한 인물 검증도 없으며 현재 국가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조차도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 이러한 언론의 직무유기는 분명 국민들의 대통령 선거에 대한 관심도가 바닥을 치는 데 일조한 것이다.

간혹 등장하는 여론조사는 지지율조사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인물 검증은 지지후보 예찬론이다. 편의주의와 상업주의를 반영하는 지지율 보도에 지나치게 의존해온 우리 언론의 보도행태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제는 공중으로부터 이슈를 찾아내고 그것을 보도함으로써 쟁점 있는 선거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기본적 전제에 동의하리라고 믿는다.

한국일보와 미디어리서치가 주관해 19일자 한국일보에 보도된 여론조사는 기존의 지지율 조사보다 진일보하였다. 우리사회의 시대정신이나 차기 대통령이 가장 우선시해야 할 정책을 물어본 문항들은 분명 지지율조사와는 다른 것이며, 쟁점을 제시한다는 차원에서 높게 평가받을 수 있겠다.

그러나 일부 설문 항목은 성장과 복지를 대립의 양측으로 분리하고 있으며, 경제성장이라는 포괄적 표현은 다양한 경제적 이슈를 하나로 묶어서 변별력 있는 논의를 묵살시키는 기능마저 한다.

예를 들어 보자. 부자에도 종류가 있다. 자수성가한 부자가 있으며 대물림한 부자도 있다. 또 자수성가한 부자들도 다 똑같은 것은 아니다. 각종 이권과 비리에 개입, 사람들을 현혹시켜 부자가 될 수도 있지만 오직 실력과 노력만으로 부자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사회적 약자를 생각하고 기부에 기쁨을 느끼는 사회에 꼭 필요한 부자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경제성장이라는 답변문항은 이러한 다양한 부자들의 존재를 ‘부자’라는 하나의 답변으로 묶어버린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다. 이는 여론조사 보도에서만 드러나는 문제점이 아니다. 우리 언론은 다양한 시각과 쟁점들을 제시하는데 있어서 늘 부족한 감이 있었다.

언론은 또 쟁점 제시에 관심이 없을 뿐만 아니라 후보자의 인물이나 정책 검증에도 게으르다. 야권의 후보자는 선정된 지 두 달이 지났으며, 범여권 후보들의 면면이 드러난 것도 이미 오래되었다. 이들이 대통령으로서 자질이 있는지 검증해야 하며 내세우고 있는 정책의 진정성도 검증해야 한다.

단, 검증을 내세운 후보예찬론만은 사양하고 싶다. 신문을 읽다 보면 특정 기자나 신문사가 어떤 후보를 지지하고 있는지가 확연히 느껴진다. 검증을 하려면 제대로 했으면 한다.

국민들이 2002년과는 다른 시대정신에 이번 대선에서는 경제성장을 최고의 덕목으로 꼽는다고 한다. 시대정신도 변하는데 우리 언론의 선거 관련 보도태도는 시간이 흘러도 그대로인 듯하다.

2002년에도 모 신문사가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는 것은 ‘공개된 비밀’이었으며, 2007년인 지금도 이러한 행태는 여전하다. 검증을 예찬론으로 바꿔서 국민을 호도할 생각이라면 차라리 반벙어리 그대로 있는 것이 나을 듯도 하다.

박정의ㆍ인하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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