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TV토론회는 국민들의 선택에 얼마나 영향을 줄 수 있을까? 1997년 제15대 대선부터 도입된 TV토론회는 대선의 향방에 어떤 역할을 했을까?
17대 대선을 두 달 남짓 앞둔 가운데, 현 선거법 아래서 과거와 같은 형식으로 진행되는 대선후보 TV토론회는 “비효율적이며 전파낭비”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오창우 계명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17일 방송협회와 커뮤니케이션학회 공동주최로 열린 ‘제17대 대통령 선거와 방송’ 주제 토론회에서 “미국식 TV토론회를 그대로 따라하는 대선후보 TV토론회는 형식적 균형에 치우쳐 있어 깊이있는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며 “유권자들이 후보자를 선택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오 교수는 특히 선거법에 의한 규제가 방송의 자율성을 훼손해 결국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선거운동’이라는 TV토론회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고 밝혔다.
선거법에 규정된 TV를 통한 대담 또는 토론회가 공영방송은 의무사항이고, 민영방송에는 자체부담하는 중계방송을 사실상 강제하면서도 실제 방송사에 대해서는 형식 틀을 강요하기 때문에 후보자의 진면목을 총체적으로 점검할 수 없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오 교수는 “미국의 경우 후보들에 대해 매우 민감한 질문을 쏟아내고 싸움을 붙여 유권자가 그들을 평가하도록 한다”며 “우리나라의 TV토론회는 대상과 횟수, 등장하는 후보자의 기준까지 정해져 있는데다 방송사의 자율성이 없어 형식적이고 기계적인 중립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밝혔다.
민감한 질문에 대한 후보자측의 항의 등 예상되는 문제점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해 진행자는 기계적 중립을 지킬 수밖에 없다는 것. 오 교수는 또 현재 방송사마다 진행하는 단독 토론회조차도 “진행자나 패널, 방청객들이 던지는 민감한 질문에 정확한 답을 하는 후보는 찾기 힘들다”며 “그럼에도 그 답을 들으려 강제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또 공ㆍ민영의 이원적 방송체제에서 공영, 민영방송사 모두에 동등한 형식을 주문하는 것도 문제라고 오 교수는 지적했다. 공영방송에는 군소 정당 후보나 무소속 후보들에게도 토론의 기회를 제공하는 등의 기본적인 조건을 제시하고 그 안에서 자율권을 보장해야 하며, 민영방송에는 보다 자유로운 형식과 토론을 위한 재량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 교수는 이 때문에 “법에 의한 천편일률적인 토론 형식과 내용으로 인해 시청률이 5% 안팎에 머무는 TV토론회를 지상파 방송마다 진행하는 것은 전파 낭비”라고 주장했다.
MBC 정책기획팀 김경환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TV토론회 프로그램 제작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후보자는 물론 패널, 시청자, 진행자들이 모두 토론문화에 익숙지 않은 한국의 사회적 분위기에서 TV토론회는 사실상 ‘후보자 알리기’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위원은 “대부분의 후보자들도 자신의 주장을 전달하기 위해 법적으로 부여된 홍보 기회인 TV토론회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방송토론은 정치적 관심을 유도해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토록 하는 효과를 기대하지만, 현실적으로 정치 무관심층은 잘 시청하지 않으며 이미 정치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 기존의 정치 관심자들이 주시청자들”이라고 덧붙였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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