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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훈의 곤니치와] 일본 로스쿨을 '타산지석' 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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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훈의 곤니치와] 일본 로스쿨을 '타산지석' 으로

입력
2007.10.22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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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출범하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정원을 둘러싸고 정부와 대학의 갈등이 심각하다. 정부가 제시한 로스쿨의 첫 해 정원(1,500명)에 대해 대학측이 너무 적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일본에서도 로스쿨(법과대학원) 문제를 놓고 정부와 변호사들이 한국과는 정반대의 입장에 서서 갈등하고 있다. 사법고시 합격자를 2010년까지 3,000명으로 늘리겠다고 결정한 일본 정부에 대해 각 지방의 변호사협회가 ‘반대한다’는 결의문을 속속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2004년 로스쿨을 도입한 문부과학성의 입장은 더욱 ‘과격’하다. 로스쿨 졸업생의 변호사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사법고시의 합격자수를 9,000명까지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국 정부가 겪고 있는 갈등의 본질은 기본적으로 그 사회에서 필요한 적정한 법조인의 수요에 대한 시각차이 때문이다..

이처럼 판이한 양국 정부의 입장을 지켜보며 어느 쪽이 맞는지 헷갈리는 것이 사실이다. 그 점에서 최근 로스쿨 제도의 운용에 대한 일본 사회의 논의는 시사하는 점이 많다.

일본의 사법개혁은 24개의 관련법이 정비된 2004년 이후 본격적으로 실행됐다. 심하면 20년 가까이 걸리는 재판, 비싼 변호사비용, 불친절한 법률 서비스 등 일본 법조계의 낡은 관행을 타파하기 위한 일본 사법개혁의 핵심은 법조인을 늘리는 것과 로스쿨을 창설하는 것이다.

그러나 로스쿨은 기대와는 달리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냄으로써 일본 정부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일본에서는 현재 로스쿨 출신만 응시할 수 있는 신 사법고시와 기존의 구 사법고시(2011년 폐지)가 병존하고 있다. 문제는 올해 신 사법고시에서 로스쿨 졸업생의 합격률이 40%(1,851명)에 불과해 당초 구상했던 70~80% 합격률을 크게 밑돌았다는 점이다.

합격률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이대로 가다간 개혁의 근간인 로스쿨 제도 자체가 붕괴될 것이라는 걱정도 나오고 있다. 합격률 50% 미만의 높은 리스크로는 원래 의도한 대로 다양한 인재를 법조계로 끌어들일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일본 사회는 그 원인으로 로스쿨의 난립을 가장 많이 꼽고 있다. 2006년 현재 74개의 국ㆍ공ㆍ사립대학이 로스쿨을 운영하고 있으며, 총정원이 5,825명에 이르고 있다. 로스쿨을 졸업하면 고시를 세번까지 볼 수 있는 규정 등을 고려하면 사법고시의 합격자 수를 늘려서 로스쿨의 합격률을 높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학교 간 실력차와 양산되고 있는 예비 변호사의 자질문제 등도 겹쳐 로스쿨 제도에 대한 비판이 강해지고 있다.

로스쿨 출범을 눈앞에 둔 우리는 일본의 상황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지금부터라도 우리사회에서 예상되는 법조 수요를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검증해 로스쿨 정원 문제가 치졸한 밥그릇 싸움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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