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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亞서 소리없는 新패권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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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亞서 소리없는 新패권전쟁

입력
2007.10.2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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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국제질서가 중앙아시아에서부터 꿈틀거리고 있다.

19세기말 대영제국과 제정러시아가 치열하게 쟁탈전을 폈던 중앙아시아가 100여년이 지난 지금 다시 열강의 각축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인도로 가는 길목을 차지하기 위한 것이 100년 전의 싸움이었다면, 지금은 카스피해의 엄청난 천연자원을 노린 에너지 전쟁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관련기사3면

중앙아시아의 패권을 놓고 벌어지는 강대국들의 '소리 없는 전쟁'은 소련 붕괴 이후 20년 가까이 계속돼온 미국 주도의 일방적인 세계 질서에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예고한다.

그러나 중앙아시아 파워게임이 미국 단극체제에서 벗어나 국제무대에서의 힘의 균형을 찾는 긍정적 계기로 작용할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카스피해로 대표되는 자연자원, 유럽과 아시아의 전략적 요충지라는 지정학적 요인 등으로 인해 국제질서는 오히려 미국이 주도한 과거 20년보다 더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짙다.

지미 카터 정부에서 백악관 안보담당보좌관을 지냈던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1997년 <거대한 체스판(the grand chessboard)> 이란 저서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가세하는 '다극체제'의 가능성을 언급하며 "앞으로 중앙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급격히 퇴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브레진스키가 미국의 수월성(primacy)에 대항할 '반 헤게모니 연합(Anti_Hegemonic alliance)'으로 제시한 것은 중국_러시아_이란 벨트였다. 이란 핵 문제를 놓고 미국과 서방이 한편으로, 중국과 러시아가 다른 편에서 대치하고 있는 현 정국을 보면 예언이라도 한 것처럼 딱 들어맞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 러시아 지도자로서는 64년 만에 처음으로 이란을 공식 방문한 것은 이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많다. 이란 핵 프로그램은 미국의 주장과 달리 평화적인 것으로, 이란 정부의 훼손될 수 없는 핵 권리라는 것을 표명한 것이지만 이면에는 국제질서가 앞으로 미국의 의도대로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밝힌 21세기 패권전쟁의 선언문이 숨어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7일 백악관 기자회견을 통해 "3차 세계대전을 피하기 위해서는 세계 지도자들이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세계 대전을 촉발할 만큼의 절체절명의 위협 요인인지는 차치하더라도, 부시 대통령의 3차 세계대전 운운 발언이 러시아_이란 양국 공동성명이 채택된 바로 다음날 전격적으로 나왔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란 핵 문제를 계기로 '강한 러시아의 부활'을 꾀하는 푸틴 대통령에 대한 강력한 경고장인 동시에 '민주주의와 반민주주의'의 구도로 세계질서를 단순화해 서방을 결집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푸틴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의 3차 세계대전 발언 다음날인 18일 "미국에 맞서 새로운 전술 핵무기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태평양과 대서양 일대에서는 16~30일 러시아 공군의 대규모 전략폭격기 비행훈련이 진행 중이다.

부시 대통령의 '3차 대전론'은 중앙아시아에서의 미국의 영향력 쇠퇴를 우려한 위기의식의 표현이기도 하다. 2년 전인 2005년 우즈베키스탄에서 미군이 퇴출된 것은 상징적이다.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에서는 이슬람 근본주의가 세력을 확장해 중앙아시아를 경영하려는 미국의 전략이 흔들리고 있다.

● 뉴 그레이트 게임(New Great Game)

19세기 말 영국과 제정 러시아가 통상로 확보를 위해 벌인 경쟁을 '거대한 게임(The Great Game)'이라고 한 것에 비유해 중앙아시아로 진출하려는 러시아와 중국, 미국 등의 다자간 패권 다툼을 새롭게 조명한 말이다.

'뉴 그레이트 게임'은 중앙아시아 카스피해의 에너지 자원과 이 지역의 정치, 군사적 전략적 가치를 선점하려는 강대국들 간 신냉전의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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