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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워런 버핏, 중국을 단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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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워런 버핏, 중국을 단죄하다

입력
2007.10.2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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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촉각이 온통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에 따른 미국의 신용경색 상황에 쏠린 최근 몇 달 동안 국제금융시장에선 흥미로운 사건이 하나 진행됐다.

● '학살주' 페트로차이나 지분 전량 매각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세계 최고의 투자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가장 존경하는 인,. 재산 520억 달러(약 47조원)인 세계 세 번째 부자. 그러면서도 그 재산의 85%를 자선재단에 기부하고 자신은 50년대 말 3만여 달러에 구입한 시골 오마하 자택에서 여전히 소탈하게 사는 올해 77세의 노인.

바로 그 워런 버핏이 자신의 투자회사인 버크셔 헤서웨이 보유 중국 페트로차이나 지분을 약 2개월 여에 걸쳐 전량 매각한 것이다.

최근 승승장구하며 시가총액 기준 세계 2위 기업으로 부상한 페트로차이나의 주식은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선 '학살주'로 불린다. 페트로차이나의 모기업인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공사(CNPC)가 수단 유전에 투자한 자금이 수단 정부의 무기 구매 자금으로 유용돼 다르푸르 학살에 쓰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시장은 버핏이 다르푸르 학살을 외면하고 있는 중국을 마치 단죄라도 했다는 듯한 분위기다.

물론 버핏은 "매각은 전적으로 주가를 기준으로 판단한 결정"이라며 짐짓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사실 투자윤리운동을 하는 일부 행동주의 주주들은 5월 버크셔 헤서웨이 주주총회 때부터 페트로차이나 지분 매각 안건을 상정하는 등 버핏을 압박해왔기 때문에 이번 매각을 버핏의 윤리적 결단으로 치켜 세우는 것도 어색하기는 하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버핏의 일거수 일투족을 주시하고 있는 전 세계의 무수한 시민들이 어느새 그에게 하인리히 4세라는, 세속 권력을 파문해 복종시킨 교황의 역할까지 기대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역자유화 바람을 타고 1990년대 이래 글로벌자본주의가 득세하면서 정의를 표방하는 자본의 활동도 활발해지고, 호응도 커지고 있다.

일련의 환투기 때문에 '냉혹한 투기꾼'이란 악명을 떨친 조지 소로스 회장은 89년 열린사회재단을 설립해 동구 민주화 및 복지를 적극 지원하는 십자군운동을 펴고 있다. 그는 필연적으로 투기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현대 자본주의시장의 주요 비판자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세계 경제성장과 사회발전을 표방하는 전세계 부자들의 네트워크인 다보스포럼은 어떤 형식의 정상회의나 유엔총회보다도 큰 관심과 영향력을 확보하게 됐다.

● '정의로운 자본'의 씁쓸함

이 흐름 속에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나 버핏은 세계 최고의 갑부나 현명한 투자자를 넘어서 세계의 사회.정치적 가치를 이끄는 우상으로까지 부상하고 있다.

선한 자본들, 그리고 자본의 선한 운동이 확산되는 것은 바람직하다. 훌륭한 자본가나 부자라면 마땅히 존경을 받아야 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자본이 부지불식간에 윤리적 헤게모니까지 흡수하고 있는 상황이나, 세계의 시민들이 자본에게 정의를 기대하게 된 상황은 어딘가 뒷맛이 개운치 않다. 가뜩이나 세계 각국 정부와 각종 국제기구를 능가하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게 된 자본에게 필요한 것은 더욱 엄정한 비판과 견제이지 교황의 '신권'은 아니기 때문이다.

뉴욕=장인철 특파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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