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잘 나간다고요? 천만에 말씀입니다.”
안승권(50) LG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즈 사업본부장(부사장)은 최근 한국일보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올해 순항중인 휴대폰 실적에 대해 묻자 손사래를 치며 이렇게 강조했다.
“LG전자만 놓고 보면 회복되고 있다고 할 수 있죠. (지난해에) 워낙 나빴잖아요.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경쟁사들이 좋아지고 있는 것과 우리가 개선되고 있는 속도를 놓고 비교해 보면 낙관하기 일러요.” 안 본부장은 LG휴대폰의 현 주소를 이처럼 엄살 섞인(?) 진단으로 대신했다.
안 본부장의 이 같은 평가와는 달리 LG전자는 올해 휴대폰 분야에서 시장의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리며 세계 휴대폰업계의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상반기부터 꾸준하게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는 LG전자는 3분기에 2,190만대를 팔아 판매대수 부문에서 분기 사상 최고치를 갱신했다. 매출도 전년 동기에 비해 4.0% 증가한 2조6,352억원을 달성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 역시 전년동기 대비 6.6% 포인트 성장한 8.4%를 기록했다. 매출 확대와 영업이익률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이다.
LG전자가 이 같은 실적을 달성 수 있었던 데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안 본부장은 “취임 이후 세계 각 지역별 고객을 이해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며 “현지 시장에서의 경쟁자가 누구이고 우리가 어떤 제품을 출시해야 하는지를 알아야 히트상품이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 각지를 돌며 현장 관계자들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난 달 그가 국내 머문 시간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다.
LG전자는 현지화 전략과 감성 마케팅을 기반으로 초콜릿폰과 샤인폰 프라다폰 등 히트상품을 잇따라 만들어냈다. 초콜릿폰은 이미 ‘1,000만대 판매’ 클럽에 가입했으며, 누적판매량 도 1,400만대를 넘어섰다. 샤인폰 역시 400만대를 돌파했다. 3월에 선보인 프리미엄폰인 프라다폰도 50만대 이상 팔리는 등 히트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또 북미 등에 편중됐던 판매지역도 독립국가연합(CIS), 인도 중남미 등 신흥 유망시장으로 다변화됐다.
4분기 시장 전망에 대한 전망도 긍정적이다. 안 본부장은 “지금 같은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연초에 세웠던 목표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살아 남기 위해선 차세대 시장 트렌드에 맞춘 지속적인 히트모델 출시가 핵심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안 부사장은 “2010년까지 글로벌 ‘톱3’에 진입하지 못하면 생존 자체가 힘들어진다”며 “휴대폰 디자인과 기능적인 측면에서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 전세계 소비자들을 사로잡는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배우한 기자 bwh3140@hk.co.kr허재경기자 rick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