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동안 하루 4, 5시간씩 하루도 빠짐없이 작업했어요. 지금 돌아보니 그때는 미쳤던 것 같아요."
붓과 함께 52년 외길을 걸어온 원로 서예가 남석 이성조(70)씨가 세계 최대 규모로 알려진 168폭(120m) 초대형 병풍을 23일부터 28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선보인다. 작품은 3년 전 완성했지만 일반에 공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세기가 넘는 서예 인생에서 남석이 남긴 최대 역작으로 평가받는 이 병풍은 석가가 영원한 부처라고 강조하는 불경 묘법연화경을 옮겨 적은 것으로 글자수만도 6만9,384자에 이른다. 그는 이 작품을 만들기 위해 묘법연화경 전 7권을 세 번이나 베껴 쓰는 초인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3년 동안 매일 이 일을 하다 보니 눈이 많이 상했습니다. 작품을 완성하고 두 번이나 눈 수술을 받았으니까요. 붓 50여 자루가 망가지고 표구비만도 4,800여만원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완성한 작품은 그 동안 안동 우각사에 보관돼 있었다.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 부산의 경남상업고등학교에 입학한 남석은 18세 때 오제봉 선생을 통해 서예계에 입문한다. 부산사범대 미술과를 졸업하고 1959년 제8회 국선에서 최연소로 입선했다.
81년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에서 한미 수교 100주년 기념전을 열었으며 83년에는 보현행원품 60폭 병풍과 독립선언문 36폭 병풍을 세종문화회관에서 전시해 이름을 떨쳤다.
그러다 당시 혼탁한 서예계에 환멸을 느끼고 자연과 벗하며 오직 붓글씨에만 매진하기 위해 팔공산 자락 파계사 부근에 공산예원을 짓고 홀연히 칩거에 들어갔다.
자신의 서예 인생을 돌아보며 남석은 "좋은 글을 쓰려면 먼저 사람이 되고 인품을 닦아야 한다"며 "서예의 세계는 너무 깊고 오묘해서 아직도 부족함을 느끼며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죽을 때까지 그 세계를 다 모를 것 같다"고 말했다.
남석은 이번 전시에서 묘법연화경 병풍을 비롯해 액자로 꾸민 반야심경 1,080점, 대방광불화엄경 보현행원품 60폭과 국내 작가 합작병풍, 금강경, 도연명의 시, 퇴계성학 10도 12폭 등 2,00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또 성철 스님 등 잊을 수 없는 사람들과 제자, 지인 등 500명에게 헌정하는 글씨도 소개한다.
대구=유명상기자 ms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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