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를 통해 그 일각이 드러나고 있는 공기업의 고삐 풀린 경영 행태를 보면 분노를 넘어 절망감을 느끼게 된다. 빚더미 위에서 적자경영을 하면서도 고위 임원들은 해외여행 때마다 1등석을 타고 다니고, 경비에 더해 적지 않은 '여행준비금'까지 챙긴 사례가 단적인 예다. 대기업도 혀를 내두를 정도의 호사롭고 흥청망청한 낭비에 소모되는 돈은 국민의 피와 땀을 짜서 나온 세금이다.
298개 공공기관의 경영을 관리 감독할 책임을 지고 있는 정부기관은 기획예산처다. 예산을 지렛대로 공기업을 통제하던 기획처는 올 4월 공공기관운영법 시행으로 모든 공기업을 산하에 거느리는 막강한 권한을 쥐었다.
각 부처에 흩어져 있던 감독권을 일원화해 방만한 경영을 일신하겠다는 명분이었다. 기획처 담당 조직도 국에서 본부로 확대개편하고, 56명이던 인원도 92명으로 64.3%나 증원했다.
그러나 과연 무엇이 달라졌는지 묻고 싶다. 주먹구구식 경영에 내부 이익 챙기기에 급급한 도덕적 해이, 예산 낭비 등 공기업의 탈선은 오히려 도를 더해가는 양상이다.
관리 감독이 추상같아졌다는 객관적 근거도 보이지 않는다. 한국정보사회진흥원이 3년간 허위 경영보고서를 제출해 기획처가 주관하는 산하기관 경영평가에서 1위를 한 사실은 오히려 허술하고 구멍 뚫린 감독 체계를 알려줄 뿐이다.
막강한 인사권을 무기로 공기업 인사를 좌지우지한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공기업마다 외부감시 강화를 위해 사외이사 숫자를 늘리고 있는데, 그 선임 과정에 기획처가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비난이다.
주어진 책임은 제대로 하지도 못하면서 감독을 명분으로 조직을 늘리고 권한만 즐기는 행태는 공기업이나 감독 기구인 기획처나 오십보백보인 셈이다.
공기업의 퇴행은 공공개혁을 외면해온 참여정부의 필연적 결과다. 이러한 실패를 통해 민영화를 비롯한 공공개혁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절감한 것이 그나마 교훈이라면 교훈이다. 차기 정부는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비효율만 생산하는 공기업 시스템에 대한 과감한 수술을 단행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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