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정신이란 특정한 시대에 사회구성원 다수가 추구하는 가치나 열망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일제 강점기에는 당연히 독립이 시대정신이었으며, 해방 이후에는 건국, 산업화, 민주화로 시대정신이 변천돼 왔다는 데 대체로 인식이 일치한다.
시대정신은 국가적 리더십의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며, 새로운 국가리더십 창출 과정인 대선은 앞선 시대의 반성 위에 시대정신을 새롭게 벼르고 가다듬는 계기가 된다.
60일 앞으로 다가온 이번 대선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1987년 6ㆍ10항쟁을 기점으로 한 민주화 시대 20년의 결산이자 1997년 외환위기 극복 과정의 필연적 산물인 양극화 심화 등을 넘어서는 시대정신을 정립할 과제를 안고 있다.
어느 때보다 막중한 의미를 갖는 대선이다. 그럼에도 범 여권의 대선후보 확정이 늦어진 데다 경선구도가 자질과 도덕성 검증에 매몰돼 시대정신에 대한 진지한 토론과 경쟁이 지체되어 왔다.
이런 시점에서 한국일보가 '선택 2007 시대정신 대기획'을 시작한 것은 치열한 시대정신 토론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 기획을 시작하면서 한국일보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압도적 다수인 53.8%가 '경제성장'을 우리 사회의 시대정신으로 꼽았다. 사회적 평등, 한반도 평화, 선진화, 민주화 등은 한참 뒤처진 순위에 머물렀다.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취에도 불구하고 국민 다수가 다시 먹고 사는 문제, 즉 경제성장이라는 문제에 매달리게 된 현실은 아이러니다.
그러나 기형적으로 비대한 자영업층의 불안정, 청년실업 증가, 많게는 50%가 넘는다는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일상화한 구조조정에 떠는 직장인들, 저출산ㆍ고령화 등으로 국민들의 위기감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이 같은 총체적 위기를 극복할 비전과 방법론을 국민들은 목말라 하고 있다. 결국 그 메시지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 달라는 열망을 담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 열망을 담아내는 시대정신은 단순한 성장제일주의나 당장의 평등을 주장하는 분배 우선주의, 진보-보수의 양분법을 뛰어넘는 무엇일 것이며, 성장이라 하더라도 어떤 성장을 지향할 것인가를 더 연구해야 한다. 치열한 토론과 경쟁을 통해 그 해답을 찾을 때라야만 우리의 미래가 밝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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