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사회에 공헌하면서, 우리도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국제협력과 원조활동에서 한국의 새로운 역할을 찾아보자는 뜻으로 국제개발협력학회가 19일 서울대에서 창립총회를 열고 돛을 올렸다. 국제원조 문제는 정치ㆍ외교ㆍ사회 관련 학회에서 부분적으로 조금씩 다룬 적이 있지만, 별도의 학회를 만들어 본격적으로 다루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초대 학회장을 맡은 임현진 서울대 사회과학대 학장은 이날 기자와 만나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좌표를 바로 세울 진지한 학술적 연구가 절실했다”며 학회 창립 취지를 밝혔다.
그 동안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경제 규모를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국제문제에 관해 무관심하고 참여가 저조하다’는 부정적인 소리를 들어야 했다. 가령 2003년 우리나라의 공적개발원조(ODAㆍ선진국이 국제기구나 개발도상국에 하는 원조)는 국민총소득(GNI) 대비 0.06% 수준으로 유엔 권고기준인 0.7%에 한참 못 미쳤다.
임 학장은 “과거 최빈국이었던 우리가 이만큼 성장한 것은 국제사회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제는 그들을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원조를 늘리자’는 뜻은 아니다. 물고기보다는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자는 것으로 경제지원뿐 아니라 필요하다면 해당 국가에게 정책이나 제도를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는 “우리나라처럼 비교적 짧은 시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국가는 흔치 않다”며 “정치에선 독재, 경제에선 빈곤이라는 고통을 겪는 후진국에게 한국이라는 모범을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일부 선진국은 후진국을 원조한다는 명분 아래 오히려 그 나라의 자원을 수탈하기도 했다”며 “진정한 선진국은 ‘선(善)진국’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보다는 해외에 많이 나가 있는 비정부기구(NGO)나 기업 등 민간단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학회에는 학계와 시민단체 관계자 20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했으며 한국개발연구원(KDI), 대외정책연구원, 수출입은행, 한국국제협력단(KOICA) 등 10여 개 단체와 연구소가 기관 회원으로 참여했다. 임 학장은 “시민사회와 연대해 그 나라 현실에 맞는 구체적인 정책을 연구하는 등 현장의 땀 냄새가 묻어나는 학회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원기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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