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베이징(北京). 한국 대표적 포털, 네이버와 다음에 검색어를 입력해 누르면 검색이 되기는커녕 중국 최대 검색 엔진 바이두(百度)의 검색창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반복됐다.
미국의 검색 엔진 구글, 야후 등에 검색어를 입력, 엔터키를 눌러도 역시 바이두로 연결됐다. 중국에서는 세계 최대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나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차세대 인터넷 포털인 라이브닷컴의 접속도 중단됐다.
중국 인터넷 이용자들도 어리둥절해 하면서 ‘무슨 바이러스가 떠돌고 있느냐’며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 문의하는 질문을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에 관한 중국 언론 보도는 찾아볼 수 없었다.
18일 오전부터 미국 등의 검색 엔진 이용자들을 ‘공중납치’해 중국 검색으로 자동 이동시키는 이런 일은 중국 해커에 의해 저질러진 것으로 보인다.
검색 엔진들의 입장을 대변하는‘검색 엔진 라운드테이블’은 18일“(달라이 라마 문제로 인해)미국과 갈등하는 중국이 이에 대한 보복으로 검색엔진을 교체하는 것 같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영국의 텔레그라프는 전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17일 달라이 라마를 접견하고 미 의회가 달라이 라마에게 황금메달상을 수여한 데 대한 중국 해커들의 보복이라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달라이 라마 접견시 중국의 종교 상황을 우려를 표명하면서 중국을 압박했다. 중국은 최대 정치 행사인 공산당 전국대표대회가 열리는 와중에 이뤄진 부시 대통령의 접견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양제츠 외교부장이 클라크 란트 주중 미국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항의했고, 류젠차오(劉建超) 외교부 대변인은 “이번 사태는 중미관계에 심각한 손상을 초래할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았다.
서방 외신과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인터넷 검색엔진을 자유롭게 통제해온 상황에 비춰 이번 일과 중국 정부의 연계 가능성마저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국민의 인터넷 이용을 철저히 통제하는 중국이 달라이 라마나 다른 반체제 인사들과 관련된 정보를 차단하고 걸러내려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정치적 동기에서 상업적인 검색 엔진들의 업무를 방해한 이번 사건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IT전문 블로그 ‘테크크런치’의 애널리스트 던컨 릴리는 “이번 사태를 놓고 볼 때 중국이 인터넷 방화벽을 단순히 검열 수단만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동기를 가진 수단으로도 활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5월 중국 해커들이 미 국방부의 사이버 방어벽을 뚫는 일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배후에 중국 정부가 있다는 미 정부 인사들의 발언을 크게 보도했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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