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가을 잔치의 첫 무대에서 돌풍의 시민구단과 전통의 명가가 정면 충돌한다.
삼성 하우젠 K리그 2007 6강 플레이오프 두 경기가 주말 그라운드를 달군다. 창단 2년차에 4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 ‘K리그의 막내’ 경남은 20일 오후 7시 2관왕에 도전하는 포항을 창원종합운동장으로 불러 들여 한판 승부를 펼친다. 드라마틱한 막판 뒤집기를 연출하며 6강행 막차에 올라탄 대전은 21일 오후 3시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울산을 상대로 ‘자주빛 돌풍’을 노린다.
관심은 울산으로 쏠린다. 울산과 대전의 승부는 극명히 대조되는 팀 컬러와 40년 지기 사령탑의 지략 싸움 등 흥행 요소들로 채워져 있다.
양팀의 대결은 ‘주류’과 ‘비주류’의 대결로 요약된다.
리그 원년부터 참가한 울산은 두 차례 정상에 오르는 등 K리그를 대표하는 명문 구단이다. 우성용 염기훈 이종민 현영민 유경렬 이상호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선수들로 스쿼드가 꾸려져 있다. 대한축구협회 회장사인 현대중공업이 후원하는 넉넉한 살림살이를 자랑한다.
반면 97년 ‘원조 시민구단’으로 K리그에 참가한 대전은 늘 변방에 머물러왔다. 어려운 살림 탓에 김은중 이관우 등 프랜차이즈 스타들을 모두 ‘부자구단’들에 내주고 무명 선수들의 투지와 근성으로 승부해왔다. 플레이오프에서도 늘 구경꾼 신세를 면치 못했다.
40년 지기인 양팀 사령탑도 극명히 대조되는 스타일을 지니고 있다. 덕장형 지도자인 김정남 감독은 늘 주류에 머물렀고, K리그 최고의 승부사로 불리는 용장 김호 감독은 ‘영원한 야인’을 자처한다. 통산 승수에서는 김호 감독이 196승으로 189승의 김정남 감독을 앞서고 있지만 맞대결에서는 김정남 감독이 15승14무9패로 우위를 보이고 있다. 지난 8월8일 울산에서 열린 김호 감독의 복귀전에서도 김정남 감독이 2-1로 승리한 바 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울산이 한 수 위로 평가된다. 2005년 챔피언결정전과 A매치를 치러본 선수들이 많아 경기 경험에서도 한발 앞선다. 울산은 최근 맞대결 18경기 무패 행진(11승 7무)을 이어오며 대전의 천적으로 군림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불가능해 보였던 플레이오프행을 이룬 대전의 상승세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막판 5연승 동안 6골 4도움을 몰아친 데닐손과 후반기에만 9골을 터트린 슈바의 폭발력이 무섭다.
유경렬 박병규 서덕규 등이 나설 울산 수비진이 데닐손과 슈바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봉쇄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전망이다. 올림픽 대표팀의 시리아 원정에 차출된 후 19일 귀국한 이상호와 부상에서 벗어나 컨디션을 끌어 올리고 있는 염기훈(이상 울산)의 출전 시간도 승부에 중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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