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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바디페인팅' 생활전선에 뛰어든 예술가, 제도의 벽 뛰어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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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바디페인팅' 생활전선에 뛰어든 예술가, 제도의 벽 뛰어넘기

입력
2007.10.20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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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금산 지음 / 실천문학사 발행ㆍ392쪽ㆍ1만원

2001년 등단한 소설가 박금산(35ㆍ사진)씨가 재작년 낸 첫 소설집 <생일선물> 은 “현대 도시의 허상에서 비켜서 있는 작고 단단한 진실들의 진정성을 투철하게 보여줬다”(평론가 김인환)는 호평을 받았다.

그가 2년 만에 ‘바디페인팅 제○호’로 명명한 4편의 중편을 모아 연작 장편을 펴냈다. “(이 책이) 도서관과 서점의 서가에서 소설과 수필 양쪽 모두로 분류되어” 있기를 바란다는 작가의 말은, 제 이름을 그대로 달아준 소설가가 화자로 등장하는 이번 책 내용의 상당 부분이 경험에 바탕한 것임을 암시한다.

연작은 처음부터 끝까지 ‘문화예술위원회’와 결부된다. 연작 제1호에서 ‘나’는 직장에 다니면서 자신의 학업 뒷바라지를 하던 아내가 늦깎이 대학생이 되자 생활의 위기를 느낀다.

돌파구로 찾은 것은 예술위의 작가 지원 프로그램. 해외 문학 행사에 참가해 한국 문학에 대해 알리면 최고 1,000만원까지 준다는 공고에 ‘나’는 인도 사이티야에서 열리는 작가회의에 가겠다며 부랴부랴 지원 신청서를 작성한다. 돈을 받으면 일부만 떼서 인도에 다녀오고 나머지 돈으론 바닥난 통장 잔고를 메우겠다는 심산이다.

서류 접수 후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교통 사고를 내서 뒷수습을 해야 했고, 영어학원에 등록했다가 환불을 받아야만 했다. 생계를 위해 팔을 걷어붙인 그가 맞닥뜨리는 ‘제도’들은 하나하나가 ‘생활의 발견’이다. 개인의 사정을 아랑곳 않는 제도와 부딪치면서 일어나는 온갖 오해와 불통에 무력감을 느끼면서도 ‘나’는 끝까지 우아함을 유지하려 애쓴다. “제도란 게 원래 그런 거지 뭐, 이렇게 된 거 인도나 한번 갔다 와야겠어. 충전도 하고 작품구상도 하고 말이야.” 우아의 밑엔 처음 만난 제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전전긍긍하는 백조의 물갈퀴가 있다.

연작 제3호에서 카드빚에 고민하던 누나가 문화예술위와 ‘학술진흥재단’을 들먹이며 동생인 ‘나’에게 돈을 빌리려 들 때 다시금 제도란 거대한 벽에 둘러싸인 개인의 왜소함이 도드라진다.

하지만 우리의 금산씨, 끈질기다. 조금의 음울함도 비치지 않고 성실하게 “제도와, 그것을 받아들임으로써 제도 속에 편입되는 일상을, 그 흐릿한 경계와 혼융에 대해 탐구한다”(평론가 서영인). 예술가와 생활인 사이의 괴리에서 겪는 부끄러움은, 삶에 충실하려는 작가의 윤리적 태도 앞에서 낯을 가리고 만다.

이훈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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