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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메이드 인 차이나 없이 살아보기

입력
2007.10.20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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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 본지오르니 지음ㆍ안진환 옮김 / 엘도라도 발행ㆍ311쪽ㆍ1만3,000원밥상과 자녀 건강 위협 불구 싼맛에 길들여져 온집안 도배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케케묵은 법칙이 21세기 버전으로 갈아 입었나? 헐한 중국 제품이 세계를 하향 균질화시키고 있다. 싼 값의 맛에 길들여져 집안 곳곳이 중국산으로 도배돼 간다는 점에서, FTA로 껄끄러운 한국과 미국은 동병상련해야 할 판이다.

중국은 한국의 가장 큰 교역국. 한국의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0년 10.7%에서 2007년 7월 21.5%로 급증했다. 17일 한국수출입은행 등에 의하면 중국은 지난 달까지 한국에 441억 달러 어치의 물품을 팔아, 일본을 제치고 드디어 우리나라 최대의 수입국으로 떠올랐다. ‘중국산 = 저가품’이라는 사실이 나쁜 것만은 아닌 듯. 미국은 어떨까.

중국이 생산한 제품의 11% 이상이 미국에서 소비된다. 미국의 막대한 경제력으로 보자면 중국산쯤이야 없어도 별 탈 없을 것 같다. 그러나 보통 사람의 가정에서 옷과 공산품 등 생필품에서 중국산은 거의 필수다.

경제관련 전문가이자 세 자녀의 어머니인 사라 본지오르니는 2004년 성탄절에 그 사실을 절감했다. 충격이었다. “장난감, 장식용 전구, 애완견 껌…. 모두 중국산이잖아!” 선물도 중국산이 25개, 나머지가 14개였다. 1950년대 이후 미국의 일상을 지배했던 ‘made in japan’이 ‘made in china’로 대체돼 버린 것이다. “산타의 요정들은 중국의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는 그녀의 말은 엄살이 아니다. 책은 1년간 중국산을 적극 소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중국 제품 중독자’가 쓴 진솔한 경험담이다.

모든 생활 상품이 중국산으로 대체 가능한 현실에서 중국산이 아닌 것은 너무 비쌌다. 필름, 칫솔, 선글라스, 생일 초, 여성용품에서 도자기로 만든 예수상까지 중국산은 언제나 미제와 어깨를 나란히 했고, 어떤 것은 아예 중국산 뿐이어서 쓰지 않을 수 없었다. <뉴스위크> 2005년 5월 첫 주호가 여배우 장쯔이의 미모를 앞세우고, ‘중국의 위험’을 조목조목 짚은 대로다. 특설 매장 ‘월드 마켓’은 중국산 상품 판매장이었다. 식구들은 어느새 심각한 중국산 중독증 환자였다.

중국은 밥상과 아이들의 건강을 해치는, 현존하는 위험이다. 그러나 어떻게 손 쓸 방도가 없었다. 중국산 없이 살아 보겠다는 생각은 허망했다.

특히 유난 떠는 독립기념일(7월 4일) 등 미국인들의 애국심을 고취하는 기념품 역시 중국산. 9ㆍ11 참사 기념 스티커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산 없이 살아 보려는 그를 보더니, 사람들은 비아냥대기까지 했다. 중국의 그늘 밖에서 살 수 없는 세상이 됐음을 역설적으로 증명하는 책은 그러한 현상이 결국 세계화의 결과라고 지적한다.

결론은 체념에 가깝다. “향후 10년간 중국 제품 없이 생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워질지에 대해서는 모르는 편이 낫다. 또 나중에 다시 중국산 보이콧을 할 수 있겠느냐고 물어 본다면, 뭐라고 대답할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현재 중국 제품과 미국의 연관성은 너무 깊고도 많아서 그 둘을 떼놓을 특별한 방법은 없다는 것이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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