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닦은 마음은 천년의 보배요, 백년 동안 탐한 재물은 하루 아침에 티끌이 된다(三日修心千載寶, 百年貪物一朝塵).’
경북 영덕에 살던 15세 소년은 어느날 집 근처 덕흥사에 놀러 갔다가 같은 또래의 한 동자승으로부터 이 경구를 듣고 감동한 나머지 출가를 결심했다. 한국불교의 강맥을 잇고 있는 전 조계종 교육원장 무비(無比ㆍ64ㆍ사진) 스님은 <초발심자경문> 에 나오는 이 구절을 듣고 어리고 순수한 마음에 얼마나 감동을 받았는지 모른다고 했다. 스님은 그 자리에서 “내가 갈 길은 바로 이것이구나”하고 결심했다고 한다. 초발심자경문>
무비 스님이 경전과 선어록 등에서 가려뽑은 명구(名句)와 해설로 엮은 <무비스님이 가려뽑은 명구 100선> 의 완결편 <소를 때려야 하는가, 수레를 하는가> (불광출판사)를 출간했다. 무비 스님의 <명구 100선> 시리즈는 이미 출간된 <진흙소가 물 위를 걸어간다> , <소를 타고 소를 찾는구나> , <무쇠소는 사자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를 포함해 모두 4권으로 구성됐다. 무쇠소는> 소를> 진흙소가> 명구> 소를> 무비스님이>
스님은 출가한 이후 명구들을 만날 때마다 대학노트에 기록해 모았으나 선방에 들어가면서 모두 불살랐다고 한다. ‘내 한번 청산에 들어가면 다시는 나오지 않으리라(一入靑山更不還).’ 고운 최치원 선생의 출가시처럼 수행만을 하면서 살리라 생각했다. 무비 스님은 효봉, 동산, 구산, 성철 스님 등 당대의 선지식들 밑에서 공부하면서 문자를 멀리했다.
그러던 스님이 다시 명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5년 전 아파 죽을 고비를 넘기고 불교에 대한 눈을 다시 뜨면서였다고 한다. 그리곤 경전, 어록 등을 보면서 명구를 하나하나 다시 모았다.
“장황한 논리적 설명보다 촌철살인의 빛나는 명구가 감동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번역, 해설이 재미있어서 슬슬 쓴 것이 이렇게 책이 되어 나오게 됐습니다.”
스님은 이렇게 모은 명구들 중 임제 선사의 ‘수처작주(隨處作主) 입처개진(立處皆眞)’이란 말을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어느 곳에서든지 주인이 되라, 모든 진리는 지금 서있는 바로 그곳에 있다는 뜻입니다.”
무비 스님은 인터넷 카페 염화실(http//cafe.daum.net/yumhwasil)에서도 만날 수 있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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