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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만남, 변화, 아름다움' 당신이 좋아하는 사람들이 당신을 말해줍니다

입력
2007.10.20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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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 지음 / 문학동네 발행ㆍ360쪽ㆍ1만1,000원

프랑스 철학자 보드리야르의 어법을 빌려 이 책의 독후감을 말하자면 이렇다. “당신이 누구를 좋아하는지 말해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려주겠다.”

전방위 저술가 김정환 시인의 인물론 19편을 묶은 이 책은 균형을 맞추기 위해 적당한 비판을 가미하게 마련인 여타의 인물론과는 그 밑그림이 다르다. 변호사 강금실, 연기자 고두심, 건축가 승효상, 문화재청장 유홍준, 가수 전인권, 영화제작자 차승재 등 저자의 뷰 파인더에 잡힌 면면들 모두가 그가 지극히 편애하는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200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강좌 ‘금요일의 문학이야기’를 진행하며 만난 초대손님들과의 대화를 정리해 묶은 이 책은 농담과 밀담이 뒤섞이는 술자리 한 자락에 끼어 앉은 듯 생생하게 각 인물에 대한 ‘담화’를 펼쳐낸다.

손님들 중엔 오랜 세월 흉허물 없이 지내온 이가 있는가 하면 강좌를 기화로 처음 눈맞춤을 나눈 이도 있다.

그러나 그들 모두 고집스럽게 홀로 서있음으로 인해 세계의 중심이 된 이 시대의 ‘꾼’들인지라 때로는 은연중에, 때로는 표나게 저자로부터 헌사를 받는다.

<살인의 추억> 등 잇단 흥행영화로 히트제조기가 된 차승재는 영화인들에 대한 무턱의 애정으로 자본주의와 미학 사이의 전쟁에서 아름다운 권위를 쟁취한 인물로 평가된다.

한국적 어머니상을 가장 완벽히 재현해내는 고두심은 오랫동안 숨을 참으며 자맥질을 해내듯 질긴 호흡으로 삶과 연기를 통일시킴으로써 제주도 해녀의 삶을 연기예술화했다.

대학시절 ‘아가리컬처’(구라+문화)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걸출한 입담을 자랑했던 유홍준에 대해선 ‘딴따라+교수+공무원’이 우리나라 문화수준에서 가능한지 이 정부가 펼치는 모종의 실험이라고 논평한다.

사실을 넘어 진실로 나아가기 위해 문학에 탐닉했던 강금실은 너무 멀쩡해 도리어 참신했던 그 정상성으로 인해 “유관순 이래 가장 많은 국민적 관심을 끈 여성”의 작위를 받았다.

문장에도 애드리브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재즈풍의 문체로 폭포처럼 쏟아내는 애정어린 품평은 “좋은 인연들 만나 같이 이야기하면서 내내 행복했다”는 저자의 말이 허언이 아님을 짐작케 한다.

“노벨문학상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문학평론가 신수정), “한국연극은 아직도 자족 윤리에 의존하는 부분이 많다”(연극인 안치운), “하느님 정말 계십니까? 제게 약간 힌트만 주시면 그리로 가겠습니다”(전인권),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다”(강금실) 등 주인공들의 날카로운 한마디도 곳곳에서 가슴에 박히지만,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 가장 또렷하게 심중에 맺히는 것은 다른 이에 대해 말함으로써 자신을 드러낸 넉넉한 저자의 모습이다.

다만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가상의 독백을 통해 비평을 가한 중간 한 장은 이물스럽게 눈에 걸린다.

박선영기자 au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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