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10월. 미국 출장을 떠난 회사원 K씨. 뉴욕 JFK 공항을 벗어나자마자 택시 속에서 수첩크기의 소형 컴퓨터(UMPC)를 꺼냈다.
이를 통해 그는 달리는 차 안에서 인터넷에 접속해 이메일을 확인하고 인터넷을 검색했다. 시속 60㎞로 달리는 차 속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사무실처럼 빠른 속도로 인터넷을 사용했다.
이탈리아를 배낭 여행중인 대학생 L군. 로마를 향해 달리는 열차 안에서 그는 휴대폰 크기의 단말기를 꺼내 인터넷에 접속했다. 그는 방송국 홈페이지에 접속해 다시보기 기능으로 한국의 인기 드라마를 시청했다. 빠른 인터넷 덕분에 동영상이 TV처럼 끊김없이 재생돼 잠시 한국에서 TV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K씨와 L씨가 달리는 자동차와 기차 안에서 사용한 인터넷이 바로 우리가 순수 국산기술로 개발한 휴대인터넷(와이브로)이다. 이제 세계 각국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 기술인 와이브로를 사용하게 됐다. 와이브로가 전세계인이 사용하는 국제 표준이 됐기 때문이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18일 오후 스위스 제네바 국제회의센터에서 97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전파총회를 열어 와이브로를 3세대 이동통신을 위한 국제 표준 기술로 채택했다. 무선광대역인터넷(Wireless Broadband Internet)을 뜻하는 와이브로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주축으로 삼성전자 KT SK텔레콤 등이 공동개발한 기술이다.
자동차 등 교통수단을 이용해 시속 100㎞ 이상 움직이면서도, 웬만한 유선인터넷을 능가하는 25Mbps의 빠른 속도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이 같은 장점을 지닌 와이브로가 세계 표준 기술로 채택됨에 따라, 세계 각국이 3세대 이동통신의 하나로 와이브로를 선택할 가능성이 늘어났다. 현재 우리 나라를 비롯해 미국, 일본, 영국, 대만, 이탈리아 등 40여개국이 와이브로를 도입했거나 도입 예정이다. 그만큼 이번 와이브로의 세계 표준 채택으로 관련 기업들은 기술로열티 획득과 장비수출 등 세계 시장 진출에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유영환 정보통신부 장관은 “와이브로의 국제 표준 채택은 우리나라 이동통신 역사에 큰 획을 긋는 쾌거”라며 “우리나라가 세계 이동통신 시장을 이끌 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