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참가작인 루마니아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의 첫 공연이 있던 12일 서울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공연 전부터 전석 매진을 기록하는 등 기대 속에 막을 올렸지만 어찌 된 일인지 1막이 끝난 후 30여명의 관객이 환불을 요청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자막이 안 보인다는 것. 고도를>
루마니아어 공연의 한글자막이 깨알같이 작은 글씨였던 데다 그나마 가장자리 좌석에서는 무대 장치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주최측은 2회 공연부터는 자막이 보이지 않는 50여 석을 빈 좌석으로 남기고, 황급히 좌우 양쪽에 추가로 자막기를 세워 무사히 공연을 마쳤다.
최근 해외 예술가의 방한으로 외국어 공연이 늘면서 자막 때문에 불편을 겪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12, 13일 세종문화회관에서는 프랑스 대표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돈 주앙> <십계> 의 오리지널 출연진이 주요 넘버를 들려준 <프랑스 3대 뮤지컬 콘서트> 가 공연됐다. 프랑스> 십계> 돈> 노트르담>
콘서트 형식이지만 프랑스어로 된 뮤지컬 삽입곡이 대부분이었던 만큼 작품과 수록곡에 대한 해설 자막을 기대했던 관객들은 자세한 정보 없이 공연을 관람해야 했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는 좌석마다 개인용 전자 자막이 마련돼 있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연주곡과 해당 뮤지컬의 제목을 소개하는 데 쓰였을 뿐이다.
기획사의 진행 미숙에 관객들은 일부 예매사이트와 공연관련 게시판에 불만을 토로하는 글을 잇달아 올렸다. 예매사이트 티켓파크의 한 회원(satimind)은 “뮤지컬에 바탕을 둔 콘서트에 노래에 대한 설명이나 번역 자막이 없어 느낌으로만 봐야 해 아쉬웠다”는 관람 후기를 남겼다.
세종문화회관 홈페이지에도 “좌석모니터로 노래 내용을 짧게나마 소개해 줬다면 노래의 스토리가 전달돼 더 좋은 콘서트가 됐으리라 생각된다”는 한 관객(박정미)의 의견이 올라와 있다.
자막 처리로 불거지는 관객의 불만 사례는 비단 연극, 뮤지컬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올해 최고 티켓가(45만원)로 기록된 지난달 중순의 빈 슈타츠오퍼의 콘서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은 자막설치는커녕 가사집을 작품해설집과 별도로 판매해 클래식팬의 원성이 높았다. 피가로의>
외국 공연의 불성실한 자막 처리 문제에 대해 전문가들은 “공연 주최측의 서비스 부족”이라고 입을 모은다.
연극평론가 한상철씨는 “우리나라 공연 주최자들이 관객에 대한 서비스가 부족함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가 자막 처리”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 공연의 자막은 철저히 관객 서비스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 것으로 정확한 번역 뿐 아니라 위치 선정 등에도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음악 칼럼니스트 이재준씨도 “오페라 아리아는 가사를 모르면 재미가 60~70%수준으로 줄어든다”면서 “미국 등 외국에서는 입석 관객도 소외되지 않도록 배려한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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