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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덕 사장 "벌판에 집 짓는 기분으로 신용 인프라 구축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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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덕 사장 "벌판에 집 짓는 기분으로 신용 인프라 구축했죠"

입력
2007.10.1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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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2월. 갖춰진 거라곤 텅 빈 사무실 공간 뿐이었다. 직원이라고 해봐야 각 금융회사에서 차출된 설립사무국 직원 10여명.

한국개인신용(KCB) 김용덕(54) 사장에게는 국내 최초의 우량 신용정보 공유 개인 신용평가기관의 첫 선장이라는 주변의 기대가 넘쳐 날수록 막막함이 더 컸다. 김 사장은 당시를 "자재도 인력도 제대로 없는 허허벌판에 집을 지어야 하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힘들었던 것은 주주이자 동시에 회사의 주요 고객인 금융회사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는 것이었다. 은행 카드 보험 등 국내 주요 금융회사 19곳이 공동 출자해 주주로 참여했지만, 정작 정보 공유에 대해서는 동상이몽이었다.

"혹시 우리 신용정보가 다른 회사에 제공되면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닐까" "굳이 비싼 수수료를 내고 우량정보를 공유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등…. 국내에도 제대로 된 개인신용평가회사가 나와야 금융회사들의 신용 평가 능력이 크게 개선될 수 있다는 취지에는 동의했지만, 어느 금융회사도 선뜻 나서주지 않았다.

아마도 김 사장의 확신과 뚝심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국내 금융에 신용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회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확고한 신념이 있었기에 금융회사들을 설득할 수 있었다.

회사 출범 1년 만에 금융회사 대상 서비스를 개시했고, 올해 초에는 개인신용평점과 개인 대상 신용정보제공서비스(올크레딧)를 잇따라 출시했다.

회사가 출범한 지 2년8개월만 이제 당당히 국내 신용 인프라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KCB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는 금융회사가 64곳으로 늘어났고, 3,000만명 이상의 개인 정보를 보유하게 됐다. 올크레딧 개인 고객도 10만 명을 넘어섰다.

물론 그가 짓고 있는 집이 아직 완공된 것은 아니다. 여태껏 연체 등 불량 정보를 통해 신용이 나쁜 고객들을 걸러낼 줄만 알았던 금융회사들에게 대출상환 등 우량 정보 활용은 여전히 실험 중이다. 초기보다 활용도가 높아지기는 했지만 제대로 자리잡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수밖에 없다.

김 사장은 직원들에게 "금융회사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KCB 스스로 금융회사들이 우량 정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KCB가 금융회사들에게 매년 해외에서 '뉴크레딧 패러다임'이라는 행사를 열어 금융회사 담당자들에게 선진 금융사의 신용관리기법을 전수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첫 선장으로 남은 임기는 4개월여. 짧은 기간에 이뤄낸 많은 성과와 그의 강력한 추진력을 감안하면 '연임이 무난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주위의 관측이다. '결자해지'라고 그래야 그 스스로 집을 완공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최영윤 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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