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 외교위를 통과한 터키의 아르메니아인‘대량학살(genocide)’비난 결의안의 본회의 채택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 당 차원에서 결의안을 추진해온 민주당 소속 하원 의원들이 속속 결의안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엄청난 돈을 쏟아 부어 결의안 통과를 막으려는 터키 정부의 로비 공세가 민주당 의원들의 마음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결의안의 본회의 통과에 강한 의지를 보였던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날 “결의안의 본회의 상정이 이뤄질지, 상정된다면 어떤 표결결과가 나올지 등 모든 것이 불투명하다”고 한발 물러섰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소극적 입장으로 선회한 데에는 결의안 채택 시 미국의 대이라크 작전 수행을 지원하고 있는 터키의 반발과 지원 중단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우려를 최대로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 전직 미 의원들을 동원, 터키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로비의 힘이다. 터키 정부는 전 하원 의원인 로버트 리빙스턴이 운영하는 로비회사 ‘리빙스턴 그룹’에 지금까지 1,200만 달러를 주고 결의안 통과를 저지해 왔다.
리빙스턴은 딕 체니 부통령과 퇴임 이전의 칼 로브 백악관 비서실 차장과 접촉했고 터키 고위 인사들과 미 의원들의 만남을 주선했다. 펠로시 의장과 그의 측근인 존 머서 의원도 리빙스턴의 공략 대상이었다. 지난해 중간선거 때에는 주요 의원들에게 20만 달러의 후원금을 제공하기도 했다.
민주당 출신으로 하원 원내대표를 역임했던 리처드 게파트 전 의원도 터키 정부를 대신해 일하고 있는 로비스트이고 스티븐 솔라즈 전 의원도 터키 정부를 위한 로비에 가세했다.
이들도 모두 리빙스턴 그룹에 버금가는 자금을 제공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 언론들은 이들의 로비로 의원들의 지지 철회가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번 결의안은 1910년대에 150만명의 아르메니아인이 오토만제국에 의한 조직적 대량학살로 희생됐다는 점을 밝히고 있으나 터키는 이들이 오토만제국이 와해되던 혼란기에 ‘우연하게’희생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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