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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명함 돌리는 대통령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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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명함 돌리는 대통령 후보

입력
2007.10.1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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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장외주자인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이 얼굴을 알리기 위해 '사람속으로' 뛰어들었다고 한다.

문 전 사장은 지난 16일 지하철을 타고 서울 영등포구청역에서 신촌역까지 다섯 정거장을 가는 동안 쉴새없이 자신의 명함을 돌리며 승객들에게 악수를 청했다. 지하철 안에서 기자들에 둘러 쌓인 그를 본 철없는 고등학생 몇몇은 "정동영이야" 라며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고 한다.

유권자들에게 명함을 돌리는 행위는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니다.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 때가 되면 정치 신인들이 지역구민에게 얼굴을 알리기 위해 제일 먼저 하는 일이다. 그러나 대선후보가 지하철역과 거리에서 명함을 돌리고 있는 풍경은 생경하다.

문 전 사장을 떠올릴 때마다 필자는 사실 불편하다. 그를 판단할 눈에 잡히는 정보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외견상 문 전 사장의 인생은 상당히 성공한 듯 하다.

그는 25년간 기업에 투신해 성공한 CEO가 됐고, 환경운동에 상당한 정열을 쏟았다고 한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인간적 매력을 이야기한다. 지식인층에선 그에 대한 매니아도 제법 많아 보인다.

누구나 대통령의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니 99.9%의 사람들은 대통령이 될 기회를 잡지 못한다. 미국의 정치학교과서에선 대통령 후보자의 주요 조건으로 대중적 인지도와 자금력을 꼽는다.

그가 밝힌 재산이 137억원으로 대한민국 1%안에 들법한 재력가이니 국고 보전이 없더라도 선거자금 걱정은 크지 않을 것이다. 그는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명함도 돌리고 시장에서 물건도 사주었지만 그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 인지도가 아니다.

어떻게 만들어진 인지도인지, 즉 인지도의 질이 훨씬 더 중요하다. 인지도만 따지자면 TV드라마 '태왕사신기'의 배용준이 대한민국 1등일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인지도가 높다고 대중스타를 대통령 후보로 거론하지 않는다.

혹자는 영화배우 출신인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을 떠올리겠지만 그는 캘리포니아 주지사로서 탄탄한 경력을 쌓으며 만성적인 주의 재정적자를 해결하는 등 능력을 검증받았다.

문 전 사장의 본질적인 결함은 국민들이 그를 국가지도자로 평가할 만한 행정경험이나 업적이 없다는 점이다. 이는 정치지도자로서 신뢰도의 문제이다.

미국의 정치학 교재에는 대부분의 후보자들이 주지사나 상원의원들인데 부통령 출신들도 유력한 후보군이라고 적혀있다. 출신이나 바탕이 무엇이든 그들은 정치 지도자로서 국가를 보는 안목을 키웠고, 행정 능력과 리더십을 검증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재산공개를 하며 스스로를 "증권 전문가"라고 자랑했다. 실제 그의 재산 중 절반이 넘는 75억여원이 주식이다. 그러나 문 전 시장이 국방과 외교, 행정을 '증권투자'만큼 잘 할수 있을지 궁금하다.

국정 분야에선 주식투자 실적만큼 눈으로 확인할 실적은 없다. 그래서 그가 국가 수반으로 적합한 인물인지는 여전히 의문부호이다. 이는 그가 명함을 돌린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닌 듯 싶다. 대선을 두달여 앞두고 갑자기 당을 만들어 대통령이 되겠다고 정치무대에 선 경제인을 어떻게 보아야 할지 당혹스럽다.

정치부 이태희 차장대우 good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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