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혁신'을 입버릇처럼 떠들어온 참여정부에서 공공기관이 28개나 더 늘어나고, 신설을 추진 중인 것도 11개라고 한다. 정권이 '일하는 정부' 운운하며 '작은 정부 규율'을 해체해왔으니, 조직과 인원 부풀리기에 능한 관료사회가 기회를 놓칠 리 없다.
신분ㆍ급여ㆍ복지ㆍ재충전ㆍ노후 등 모든 면에서 '그들만의 잔치'를 벌이는 집단의 건너편에는 이들을 떠받드느라고 등골이 휘는 일반 국민들이 있다. 차기 정부의 첫번째 과제가 공공부문 개혁이라는 주장이 갈수록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 등에 따르면 참여정부 출범 이후 최근까지 재정경제부 교육인적자원부 보건복지부 산업자원부 건설교통부 문화관광부 농림부 등 거의 모든 부처가 갖가지 명목으로 1~5개씩 모두 28개의 산하 기관을 만들었다.
또 국무조정실 법무부 복지부 국세청 등 5개 부처는 집권 말기인 지금 11개의 기관을 신설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김대중 정부가 어렵게 마련한 공기업의 민영화나 역할재편 방침을 백지화한 것에 그치는 정도가 아니라 이를 뒤집어 역주행한 셈이다.
물론 사회경제적 요구에 따라 꼭 설립해야 할 공공기관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공사ㆍ센터ㆍ연구원ㆍ평가원ㆍ재단 등의 이름을 붙인 것들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그런 기관은 극소수이며 대부분 기존 부처나 공기업 조직과 기능이 중첩되거나 설립 목적 및 효과가 의문시되는 기관들이다. 때문에 신설 여부를 놓고 부처 간에 설전을 벌인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설령 새로운 과제가 생겼다 해도, 조직과 사람을 늘리기보다 기존 조직의 재편과 효율화를 통해 해결하려는 것이 공복(公僕)의 올바른 태도다. 그러나 지금 정권은 그 같은 노력과 고통을 감내하는 대신, 자리와 밥그릇을 키우려는 관료사회의 습성에 영합하는 가장 쉬운 길을 택했다.
자기 주머니에서 그 비용을 충당하라고 했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작은 정부가 최선이냐'고 물으면 딱 잘라 답하기 힘들지만, 적어도 노무현 정부식의 파티가 시대착오인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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