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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폭풍·안개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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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폭풍·안개정국'

입력
2007.10.1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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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나지르 부토(52) 전 파키스탄 총리가 8년간의 망명생활을 접고 18일 귀국했지만 파키스탄 정국은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있다. 부토의 귀국이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과의 권력분점 합의에 따른 ‘적과의 동침’이란 비판을 받으면서 야당과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반발하고있기 때문이다.

부토는 이날 오후 1시께(현지시간) 카라치 공항에 도착, 지지자 100만명으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하지만 귀국을 전후로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부토에 대한 암살위협이 끊이지 않아 학교와 주요 도로들은 휴교 및 봉쇄됐으며 약 2만명의 군경이 곳곳에 배치되는 등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는 분위기였다.

부토의 귀국은 무샤라프 대통령과의 권력분점 합의라는 ‘밀실야합’으로 가능했다는 것이 반발의 핵심이다. 무샤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내년 1월 총선에서 부토의 파키스탄 인민당(PPP)이 다수당이 될 경우, 부토가 총리에 취임하고 권력을 분점한다는 내용이다. 무샤라프 대통령이 대중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부토와 손잡고 지지기반 구축에 나선 것이지만 집권당인 파키스탄무슬림연맹(PML_Q)까지 비판에 동참하고있다.

이외에도 무샤라프 대통령이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야당이 그의 대선 출마자격에 대해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고있기 때문이다. 야당들은 육군참모총장을 겸하고 있는 무샤라프 대통령이 대선 출마자격이 없다고 주장하며 대선에 불참했다. 결국 6일 대선에서 무샤라프 대통령이 압승을 거뒀으나 대법원은 17일 대통령 후보자격 심리를 연장하며 여태껏 당선을 공식 발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이 무샤라프 대통령의 자격박탈을 선언한다면 군부가 국가 비상조치를 선포, 걷잡을 수 없는 정치적 혼란을 가져올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달 귀국 길에 올랐다가 사우디아라비아로 추방당한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도 변수다. 샤리프 전 총리 측은 9일 “샤리프 전 총리가 다음달 10일 귀국할 것”이라고 밝혔고 샤리프가 이끄는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도 사우디 정부가 그의 출국을 허용했다고 밝혔다. 무샤라프 대통령이 정적과의 화해 차원에서 샤리프의 입국을 허용하고 관계 회복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일단 친미 성향인 부토와 무샤라프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접경지대의 이슬람 무장세력을 소탕하겠다는 점에서 뜻을 같이하고 있다. 한때 정적이던 양측이 손을 잡은 데에는 미국의 물밑작업이 있었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있으나 이 때문에 두 사람은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에게 ‘공적’으로 낙인 찍혔다. 권력분점이 성사된다 해도 양측이 야당과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을 설득할 수 있을 지가 정국안정의 관건이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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