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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아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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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아리랑

입력
2007.10.1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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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웨일즈ㆍ김산 / 동녘역사ㆍ혁명과 동의어였던 식민지 청년의 이름 '김산'

1938년 10월 19일 일제강점기의 혁명가 장지락(張志樂)이 중국공산당에 의해 반혁명죄와 간첩죄를 쓰고 처형됐다. 33세였다. 장지락은 ‘김산’이라는 가명이 더 친숙하다. 님 웨일즈(1907~1997)가 쓴 감동적인 전기 <아리랑> (1941)의 주인공이다.

남한에서는 공산주의자, 중국에서는 일제 스파이, 북한에서는 연안파로 몰렸던 장지락은 중국에서 1984년 조선족혁명열사로 복권되고, 북한에서는 1992년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 에서 본명과 함께 항일투쟁 경력이 인정됐으며, 한국 정부는 광복 60주년이던 2005년 그에게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함으로써 마침내 역사의 밝은 빛 속으로 나왔다.

장지락은 자신의 생에서 성공한 혁명가는 아니었지만, 님 웨일즈가 <아리랑> 1992년판 서문 ‘사랑하는 한국의 모든 독자들에게’에서 강조했듯 ‘거짓과 허위를 모르는 뜨거운 영혼과 가슴을 소유한 순수한 인도주의자’였다. “내 인생에서 행복했던 기억은 하나도 없다. 나는 역사에 밀착해서 살아왔다.

역사는 목동의 피리 소리에 맞춰서 춤추는 것이 아니다. 역사를 움직이는 것은 부상자의 신음소리와 싸움하는 소리뿐이다. 투쟁하는 것이 바로 사는 것이다. 그 밖의 것은 모두 내 세계에서는 하나도 의미가 없다. 바로 그 투쟁의 대립물 속에서 나와 인간생활의 일치가, 나와 인간역사의 통일이 존재하는 것이다.”

<아리랑> 의 한국어 번역 초판이 나온 것은 5공 때이던 1984년 3월, 책은 곧바로 용공서적으로 분류돼 판금됐다. 하지만 그때 역시 몰래 읽히던 레닌이나 마오의 전기보다, 같은 피가 통하는 식민지 조선 청년 김산의 고뇌와 의지와 열정은 군사독재에 항거하던 젊은이들의 영혼에 더 깊숙이 스며들었다. 김산이라는 이름은 곧 역사, 혁명, 정의 같은 말과 동의어였던 것이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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