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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 평강식물원' 원장 한의사 이환용/ "어릴적 뛰놀던 고향 뒷동산 향수 서려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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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 평강식물원' 원장 한의사 이환용/ "어릴적 뛰놀던 고향 뒷동산 향수 서려있죠"

입력
2007.10.1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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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포천시 명성산 자락에는 ‘마음의 평안함과 몸의 건강함’을 뜻하는 평강식물원(www.peacelandkorea.com)이 자리잡고 있다. 남한 최북단 식물원이다.

부지 59만4,000㎡의 이 작지 않은 식물원에는 한 한의사의 꿈이 녹아있다. 서울 강남역 뒷편에서 비염, 축농증 등 코 전문 한의원을 운영하는 이환용(48) 원장.

충남 서산시 운산면 출신인 이 원장은 어렸을 때 뛰놀던 뒷동산에 대규모 농장이 들어서면서 실향민 아닌 실향민이 됐다. 그래서 언젠가 뒷동산과 닮은 식물원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는데, 그 소원이 이 식물원으로 현실화했다.

월~토요일에는 환자를 돌보다 일요일이면 어김없이 식물원으로 달려가는 그는 한의사보다 식물원 원장으로 불러주는 것을 좋아한다. 식물원은 첫 삽을 뜬 지 7년 만인 지난해 5월 문을 열었다. 이곳에 심은 꽃과 나무는 그 종류가 5,000종을 넘는데 요즘은 구절초, 쑥부쟁이, 개미취 등 국화꽃이 만발해 있다.

어찌 보면 성공한 한의사의 주말 농장 같지만 이 원장의 7전8기 인생을 알고 나면 식물원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어린 시절 그는 고교 진학마저 포기해야 할 정도로 가난했다. 서울에서 직장에 다니는 누나의 도움으로 겨우 고교에 진학했지만 설상가상으로 고3때 교통사고를 당했다. 6개월간 병원과 한의원을 오가느라 공부는 뒷전이었지만 통증이 심해질 때마다 한의원에서 어깨 너머로 배운 침술로 자가치료를 했다. 졸업을 앞둔 그의 성적은 내신 최하위등급. 당연한 결과였다.

“오기가 생깁디다. 문과 출신에 성적은 꼴찌였지만 막연하게 한의대를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한의대 진학은 녹록치 않았다. 서울 노량진 일대에서 재수를 시작했으나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학비는 학원 강사들에게 침을 놓아주고 몇 푼씩 받은 돈으로 마련했다. “그 바닥에서는 ‘학생 의사’로 통했지만, 면허가 없었으니 그야말로 돌팔이였죠.”

군복무 중에도 한의대 시험에 계속 도전한 그는 8수 끝에 동국대 경주캠퍼스 한의학과에 합격했다. 그러나 30줄 나이에 20대 초반 학생들과 경쟁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고 성적도 꼴찌를 맴돌았다. 그래도 틈틈이 환자를 돌본 터라 실전에는 자신이 있었다.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임상 위주로 나왔어요. 6년 동안 장학금 받던 학생들도 어려워 했는데 나에게는 식은 죽 먹기였어요.”

운도 따랐다. 재수 시절 한 할머니가 찾아와 콧병 치료에 효험이 있다며 엄지손가락 만한 나무껍질을 내밀었다. 코나무라 불리는 참느릅나무였다. 한의원을 연 뒤 바로 그 참느릅나무에 여러 약재를 섞어 한약을 개발했는데 대박이 난 것이다. 이름난 한의사가 되겠다던 꿈은 이렇게 이뤄졌다.

한의원으로 제법 돈을 벌자 식물원 조성에 나섰다. 그것은 고향에 대한 추억을 되살리는 일이었다. 하지만 주위 특히 아내의 반대가 심했다. “그 돈으로 전 세계 식물원 구경이나 다니면 되지, 뭐 하러 어려운 일 하느냐”는 것이었다.

아내를 설득하기 위해 유럽 식물원에 보냈더니 보름 후 귀국해서는 오히려 식물원 조성에 더 적극적이었다. 아내는 현재 관련 학과 석사 과정을 밟을 정도로 열성적이다.

한의사와 식물원의 두 꿈을 모두 이룬 그는 세 번째 꿈에 도전하고 있다. 한의학 지식을 식물원에 녹여내, 건강 개념을 결합시킨 건강식물원을 조성하는 것이다. 거기에 필요한 전문 지식을 갖추기 위해 본초강목 연구로 박사학위도 땄다.

이 원장은 “식물은 땅에 묻힌 채 꽃을 피워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지만, 사람의 건강을 되찾게 하는 중요한 약재가 될 수도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어릴 적 뒷동산에서 흔히 본 들꽃이나 나무가 알고 보면 모두 약재”라며 “어떤 식물이 우리 몸 어디에 좋은 지를 식물원 견학을 통해 배울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포천=한창만기자 cmhan@hk.co.kr사진=박서강기자 pindropp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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