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가 양당의 대통령선거 후보로 확정된 이후 처음으로 18일 같은 자리에서 경제분야의 대선 공약과 관련한 연설 대결을 펼쳤다.
이번 대선정국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경제관의 대충돌’이 시사회를 연 셈이다. 두 후보도 이 같은 점을 의식한 듯 국민들에게 호소력 있는 경제관을 내세우기 위해 애를 썼다.
이날 매일경제신문사 주최로 열린 세계지식포럼에서 정 후보는 성장 못지 않게 분배를 중요시하는‘차별 없는 성장론’을 들고 나왔다.
정 후보는 이 후보의 경제정책을 여전히 “약육강식의 정글 자본주의”로 몰아붙인 뒤 “차별 없는 성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산업과 내수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가 함께 성장하는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고 주장했다.
시장경제와 건전한 경쟁원리를 중시하지만 시장의 실패를 보호하기 위해 공평한 교육기회와 사회안전망이 강화돼야 한다는 것. 그는 “이 후보는 20대 80 사회를 지향하는 ‘나쁜 성장론자’이지만 나는 약자를 보호하는‘좋은 성장론자’”라며 대립각을 세우는 데 주력했다.
눈에 띈 것은 약간 왼쪽으로 움직이는 듯한 이 후보의 경제론이었다. 이 후보는 이날 한반도 대운하나 이른바 ‘7ㆍ4ㆍ7’(연 7% 성장,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경제강국 도약) 공약을 언급하지 않았다. 성장 제일주의로 비쳐지는 것을 피하려는 듯 오히려‘성장과 삶의 질이 조화를 이루는 신발전체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 후보는 “양극화를 해소하는 성장”을 강조하고 “성장의 혜택이 중산층과 서민들에게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생산적 맞춤형 복지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내용으로 하는 역동적 복지체제를 ▦성장잠재력 확충 ▦투자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함께 3대 주요 정책으로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각론에서는 두 후보의 경제관은 넘을 수 없는 선처럼 뚜렷이 대비됐다.
대표적인 것은 산업자본의 은행업 진출을 금지한 금산분리 정책. 이 후보는 “산업자본의 참여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필요는 없고 대신 감독을 철저히 하는 방법을 생각해봐야 한다”며 금산분리의 완화를 주장했다. 반면 정 후보는 “불과 10년 전에 재벌이 금융사를 사(私)금고화해 외환위기의 발단이 됐다”며 “금산분리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 후보는 이밖에 정부 기능이 상실된 국책은행의 민영화 고려, 금융산업에 대한 정부 역할 축소 등 전형적인‘시장 우선의 작은 정부’를 제시했다. 경제 살리기의 핵심을 일자리 창출로 보고 이를 위한 기업의 투자 활성화를 최우선과제로 제시했다. 참여정부 하에서 움추러 들었던 기업의 투자심리는 대폭적인 규제 완화를 통해 살려낼 수 있다는 것.
“방만한 재정과 예산, 비효율적이고 중앙집권적인 행정을 효율화하고 혁신”한다는 것도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반면 정 후보는 “대기업을 세계적 기업으로 키우기 위해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가정신을 북돋우겠다”는 대목에선 이 후보와 비슷했으나 “공정경쟁을 위해 최소한의 규제는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의 기업규제 완화론과 각을 세우려는 전략이 드러나 있다. 정 후보는 또 “노동의 유연성 확보”를 주장하면서도 “사회적 안전망 구축”, “재교육ㆍ직업훈련의 기회 보장”,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별 시정” 등을 전제함으로써 차별화를 시도했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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