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기사가 제목부터 이랬다면 데스크(신문사에서 기자들의 취재 방향을 지시하고 기사를 다듬는 선배 관리자)에서 당장 "야, 너 미쳤냐?"라는 불호령이 떨어졌을 것이다. 신문에 쓰면 곤란한 비속어 내지는 국적 불명의 표현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혹시나 (논설과 칼럼을 주관하는) 주필이 "자네, 정신이 좀 이상해진 것 아닌가?"하며 타박할까 걱정이었다. 그런데 웬걸, 〈표준국어대사전〉에 버젓이 표제어로 올라 있었다. 한데, 재미있는 것은 그 설명이다. '연예인을 낮잡아 이르는 말.'
■그래, 그러나 정작 감칠맛 나는 이 단어로서는 억울할 것이 그 사회ㆍ문화적 의미를 너끈히 담는 설명은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요즘 한 지상파 방송이 일요일에 재미난 프로그램을 한다. 젊은 연예인 네댓 명이 나이 지긋한 유명 가수를 찾아 옛날 히트곡들을 소개하면서 노래 지도를 받는 내용이다.
남진, 변진섭, 하춘화, 조영남, 윤시내, 양희은, 룰라 편 등을 보았는데 '불후의 명곡'이라는 제목이 좀 과한 감이 있지만 가수라는 이름이 무색한, 노래 안 되는 요즘 엉터리 스타(?)들과 비교하면 과장도 아니라는 생각이 새삼 든다.
■하춘화 선생이 젊은 가수의 랩 곡을 믹싱(흠 많은 노래를 기계 조작으로 말끔하게 다듬는 녹음 작업) 없이 한결 정확하게 부르는 데에서는 과연 명불허전이로고 싶었다. 발라드의 황제 변진섭씨가 뽕짝(역시 표준어다!)을 구성지게 불러대는 모습에는 '아하, 도저하구나'하는 경탄이 흘러나왔다.'요즘 젊은 애들'에 대한 기성세대의 상습적 개탄일까? 아니다.
인기 케이블TV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을 보라. 미국 전역에서 한다 하는 준재들이 다 모인다. 요새 대한민국에서 노래 잘 한다는 젊은 가수를 다 합쳐도 그 한 회에 나오는 아마추어 서너 명 몫을 할까 말까 싶다.
■그런데, 과연 그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은 어떻던가? 실력파 폴라 압둘 여사 왈. "잘 하셨는데…거시기, 좀 부족하네요." 진실을 자극적으로 말하는 데 목숨을 건 그 유명한 사이먼 카월 왈. "근데, 여기 뭘 믿고 나왔어요?" 이런 혹평과 경쟁을 뚫고 나와서도 무명으로 떠도는 이가 하늘의 별처럼 널린 미국과 비교하면 우리는 '가갸거겨'도 안 되는 아해들이 스타 대접을 받고, 사이먼도 '음메 기 죽어' 할 대가들이 흘러간 고물 취급을 받는 참으로 이상한 시대에 살고 있다. 진정한 딴따라들께 경의를 표하며….
이광일 논설위원 ki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