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와 타인이 낸 ‘감창소리’를 몰래 녹음한 것은 간통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7일 서울서부지법에 따르면 형사7단독 신진화 판사는 최근 남편 A씨가 아내 B씨의 불륜 현장에서 성행위시 낸 신음소리를 녹음한 보이스펜(소형 전자식 녹음기)에 대해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증거 능력이 없다”며 B씨의 간통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신 판사는 판결문에서 “‘아~아~’와 같은 신음소리를 ‘대화’로 보기는 어렵겠지만 통신비밀보호법의 목적이 사생활 비밀 보호 등에 있는 만큼 법의 규율 범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며 “A씨는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를 몰래 녹음했으므로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그 내용은 증거 능력이 없다”고 밝혔다. 통신비밀보호법은 불법 감청을 통해 얻은 통신의 내용은 재판 등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으며, 누구든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를 녹음하거나 청취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원에 따르면 B씨는 지난해 9월 자신의 집에서 내연남으로 추정되는 C(남)씨와 함께 있다가 갑자기 들이 닥친 남편과 경찰관에 의해 경찰서로 연행됐다. A씨는 당시 미리 방에 보이스펜을 설치해 놓았다가 두 사람이 붙잡힌 이후 고소와 함께 녹음내용을 풀어쓴 녹취록을 경찰에 제출했다.
김정우 기자 on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