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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 칼럼] '유엔노인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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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 칼럼] '유엔노인기금'

입력
2007.10.18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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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상 수상자들 가운데서 유난히 눈에 띈 것은 고령자이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도리스 레싱이 87살이고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레오니트 후르비츠는 90살이다. 노벨평화상 후보로 거론되었다가 받지는 못한 폴란드판 여성 쉰들러 이레나 센들러로어는 97세였다.

경제학상 수상자는 현재도 프린스턴 고등교육원에서 가르치는 현역이다. 물론 소설가인 도리스 레싱 역시 현역인데, 최근 작품이 투미해졌다는 평판을 받는다고는 해도 그가 수상 소감을 듣기 위해 몰려온 기자들에게 했다는 "기뻐해야 하나요?"는 그의 정신이 20대 못지않게 싱싱하다는 걸 보여준다.

● 고령화사회 기피는 낡은 패러다임

고령화 사회를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이들은 아주 희망찬 본보기이며 고령화 사회 자체를 두려운 것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일러준다.

고령화 사회가 두려운 것은 노인들이 생산적인 일은 하지 못하는 대신 오래도록 부양을 받아야 한다는 관점에서이다. 그러나 노인들이 생산적인 일을 하지 못한다는 관점은 육체 노동력이 중요했던 산업사회에나 통용된다. 몸이 아니라 생각, 즉 상상력과 창의력이 생산성에서 중요시되는 지식사회에는 어울리지 않는 생각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미래를 대비하자고 하면서도 미래적인 관점으로 미래를 보지 않는다.

80세, 90세에도 현역으로 활동한다면 노인들의 약한 몸이 장애가 되기 않고, 오래 숙성시킨 통찰력이 빛이 된다면 고령화 사회는 공포가 아니라 축복이다. 그러니까 현재 한국사회에 필요한 것은 고령화 사회에 대한 맹목적인 두려움이 아니라 고령층의 생산성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 하는 지혜이다.

지식사회에서 노인층이 밀려나야 한다면 이들이 미래사회에 적합한 생산성이 떨어져서는 아니다. 이들의 생산성을 잘 활용할 방안을 찾지 못해서이다.

가령 한국에서 노년층은 지식 기반 자체가 젊은 층보다는 약한 것이 사실이다. 한국 사회가 일제와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이들은 교육을 받을 기회를 갖지 못했다. 그러니 이제라도 노인들을 교육시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초등 중등 고등 대학 과정, 어디서든 뒤늦게 교육을 시작하겠다는 사람들이 쉽게 공교육 체제에 편입해서 원하는 교육을 받게 하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렇게 하게끔 격려해야 한다.

현재에도 지역 학교에 가는 것이 금지되어 있지는 않지만 이것을 부추겨 주는 분위기가 없어서, 한글을 모르면서도 동네 초등학교에 입학할 생각을 하는 노인이 드물다. 또 이들이 어린이 청소년과 똑같은 것을 다 배울 필요도 없다.

이런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 수요를 조사하고 지역마다 초등 중등 고등학교에 병설학급을 만드는 일을 검토해 볼 만하다. 이미 잘 되어 있는 인터넷에 접속해서 공부를 하는 방안을 지역별로 논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단 사회가 요구하는 지식이 쌓이게 되면 노년의 체험이 맞물리면서 이들이 놀랍도록 새로운 통찰력을 사회에 제시해줄 수 있다. 이런 생산성을 어떻게 사회에 접목할 것인가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고민해 주어야 한다.

노인들의 체력이나 시력이 약한 것은 반드시 보완하면서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공공기관이나 문화 교육현장에서 젊은이들의 시력에 맞게 잔글씨로 되어 있는 정보들은 반드시 큰 글씨로 된 자료를 만들도록 해야 한다.

선진국에 가면 공연 팸플릿도 노인용이 따로 있다. 한글은 띄엄띄엄 읽지만 지혜는 어린이와는 천양지차인 노인들이 즐겨 읽을, 어른용 그림책도 많이 나오면 좋겠다.

● '연륜의 지혜'에 생산성 접목되게

무엇보다 노인들이 다니는 것이 힘들지 않도록 일상공간이 약자를 배려하게 설계되어야 한다. 장애인이다, 노인이다, 이렇게 구분해서 도와주자가 아니라 가장 약하고 힘든 사람도 편안하게 다닐 수 있는 공간 설계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

'유엔노인기금'을 만드는 일도 의미 있겠다. 힘없고 약해서 돌봐줘야 하는 노인은 돌보되 그들이 연륜만큼 축적한 지혜를 온 세상과 나누는 일을 체계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서화숙 편집위원 hss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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