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대결 하나. 펀드 투자가 A씨와 직접투자가 B씨는 2004년 8월께 술자리에서 직접투자와 펀드투자 중에서 어떤 게 높은 수익률을 낼지를 놓고 다투다 결국 내기를 했다.
A씨는 당시 시가총액 상위 종목 20위안에 드는 개별종목 중 하나를 골라 투자하고, B씨는 수탁액 상위 20위에 드는 펀드에 투자한 후 3년 뒤에 수익률을 따져 보다는 것이었다. 과연 A와 B씨 중 누가 승리의 축배를 들었을까.
1년 수익률 100%가 훌쩍 넘는 펀드가 속속 등장하면서 이제 ‘직접 투자를 하느니 차라리 속 편하게 펀드를 드는 게 낫다’고 하는 투자가들이 많다.
하지만 아직도 직접 투자가들 사이에선 ‘잘 잡은 종목 하나 열 펀드 부럽지 않다’는 생각이 팽배해 있다. 펀드보다 위험하긴 하지만 여전히 고수익을 보장해 주기 때문에 직접 투자를 외면할 수 없다는 논리다.
■ 펀드 수익률 높고, 격차도 적어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17일 현대증권에 따르면 2004년 8월31일 시가총액 상위 20개 종목과 수탁액 상위 20개 펀드의 3년간 평균 수익률을 살펴본 결과, 펀드(125%)가 종목(102%)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우량주 직접투자보다는 펀드투자가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셈이다.
또 우량주에 장기 투자한다고 해서 무조건 높은 수익이 나는 것도 아니었다.
시가총액 20위 종목 중에서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코스피) 상승률을 뛰어넘은 것은 포스코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KT&G 등 7개 종목에 그쳤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더라도 코스피 상승률보다 더 나은 성적을 낼 확률이 35%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특히 SK텔레콤 KT 등 대표적인 통신주들의 3년간 주가 상승률은 각각 19%, 22%에 불과했다. 삼성전자도 31%에 그쳤고, 삼성SDI는 오히려 48%나 떨어졌다.
더구나 개별종목의 경우에는 상승률 1위인 포스코(247%)와 꼴찌인 삼성SDI(-48%)의 수익률 격차가 295%포인트나 날 정도로 격차가 심했다.
이에 반해 펀드는 수익률 1위인 ‘한국부자아빠정통고편입A주식classA’(149%)와 꼴찌인 ‘스텝업비과세장기주식1’(55%)의 격차는 94%포인트로 비교적 고른 수익률을 보였다. 펀드는 잘못된 선택으로 손실을 볼 가능성이 적고 수익률도 좋은 반면, 직접 투자는 투자위험이 높고 수익률은 펀드만 못했다.
■ 직접투자 왜 고집하나?
그런데도 투자자들이 직접 투자에 나서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 일까. 증시 전문가들은 대박 심리를 첫 손으로 꼽는다. 개인 투자가들의 경우 펀드매니저보다 정보가 부족하고, 시장분석 능력도 떨어져 펀드를 뛰어넘는 수익률을 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특출 나게 수익률이 좋은 종목을 잡는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실제로 개별 종목 가운데 포스코(247%) 신한금융지주(193%) 우리금융지주(190%) LG카드(183%) SK(231%) 하이닉스(223%) 등 6개 종목은 펀드 수익률 1위인 ‘한국부자아빠정통고편입A주식’ 펀드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현대증권 오성진 포트폴리오분석 부장은 “상식적인 판단이라면 펀드를 드는 게 현명한 방법이지만 여전히 투자자들 사이에는 대박 심리가 존재하는 것 같다”며 “주식이나 펀드나 모두 고위험 고수익 투자인 만큼 ‘한 바구니에 모든 달걀을 담지 말라’는 격언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형영 기자 promethe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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