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2002년 대선 당시 이른바 ‘차떼기’로 물의를 일으켰던 최돈웅 전 의원을 최근 당 상임고문에 임명한 사실이 17일 알려져 논란이 됐다. 당 안팎에서 비판이 일자 최 전 의원은 이날 저녁 황급히 상임고문직을 사퇴했다.
한나라당은 15일 최 전 의원을 비롯해 김중위 김기배 이세기 전 의원 등을 상임고문으로 임명했다. 최 전 의원은 이회창 전 총재의 최측근 인사로 2002년 대선에서 당 재정위원장으로 대기업으로부터 500억여원의 불법 대선자금을 모금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의원직을 상실한 뒤 2005년 사면됐다.
공교롭게도 그날은 이명박 후보가 선대위 회의를 주재하면서 “이번 대선에선 차떼기 이미지를 씻어내자”고 강조한 날이다. 당 안팎에서는 최 전 의원의 컴백을 두고 ‘차떼기 정당’의 이미지를 벗어야 한다는 자성에도 불구하고 ‘구태’로 복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중위 이세기 김기배 전 의원 등 ‘민정계 인사’들의 복귀 역시 과거 부정적 이미지만 연상시킬 뿐 선거에 도움이 안될 것이라는 회의론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박재완 대표 비서실장은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의 승리를 염원하는 모든 세력의 힘을 모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당의 문을 활짝 열어 놓았고, 당에 대한 기여도 등을 감안해서 상임고문으로 영입했던 것”이라며 “최고위원회의에서 논의를 거쳤지만 반대는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논란이 일자 최돈웅 전 의원과 탈당 경력이 있는 이세기, 김기배 전 의원은 17일 당 상임고문직 사퇴의사를 밝혔다.
이방호 사무총장은 “세분의 상임고문이 본의 아니게 당에 누가되고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 여망에 폐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자진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당 지도부에 전달해왔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한 측근은 “상임고문 임명 논란을 전해들은 이 후보가 크게 역정을 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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