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이 2005년 7월 오너들의 진흙탕 싸움 속에서 불거진 ‘형제의 난’ 이후에도 비자금을 조성ㆍ관리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1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두산그룹 총수 일가가 1973년부터 2006년까지 33년간 수백 억원에 달하는 비자금을 조성, 60여 차명계좌로 관리해왔다”고 주장했다. 노 의원의 말대로라면 두산그룹은 박용오 전 회장이 동생들(박용성ㆍ용만 형제)의 비자금 조성 비리를 폭로한 이후에도 1년간 더 비자금을 관리해온 셈이다.
노 의원측 자료에 따르면 두산 총수 일가는 73년 동양맥주(현 두산) 주식을 상장할 때부터 대주주 지분 20% 가량을 차명계좌로 관리하면서 경영권 유지 등의 목적으로 운용해 왔고, 그 관리권이 99년 박용성 회장에게서 장남인 박진원 두산인프라코어 상무에게 넘어왔다.
노 의원은 “이번에 발견된 비자금은 2년 전 형제의 난 때 검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것과는 별개이며, 2006년 국세청 조사과정에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만일 노 의원 주장이 사실이라면, 내년 지주사 체제를 목표로 ‘투명경영’을 내세우고 있는 두산그룹에 치명타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두산그룹은 “과거 차명계좌를 운영해 온 것은 맞지만, 이는 비자금 조성과는 관계가 없다”며 “형제의 난 이후에 별도 비자금을 조성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두산그룹은 또 국세청 세무조사와 관련, “비자금 문제와는 별개로, 지난해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차명계좌 관리사실이 드러나 추징금 60억원을 납부했다”며 차명계좌 관리를 시인했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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